지방선거 중반전 ‘小지역주의’ 판친다

  • 입력 2002년 6월 4일 18시 21분


6·13 지방선거전이 중반전에 접어들면서 같은 선거구 내 시군 단위나 읍면 단위의 소지역주의가 심화되고 있다.

일부 후보들은 노골적으로 지역감정을 자극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고 일부 유권자들도 같은 지역 출신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선거가 끝난 뒤 지역주민들 간의 갈등과 반목 등 후유증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지역차별 불만 자극〓민주당 남동우 강원도지사 후보는 4일 ‘똑같은 세금을 내고 이게 뭡니까’라는 제목 아래 강릉시청(18층), 원주시청(4층), 춘천시청(3층) 사진을 실은 광고를 지방신문에 냈다. 그는 또 “인구가 3만여명이 더 많은 원주에 강릉의 40%도 안 되는 도비를 지원한 것은 (동해 출신인) 지사가 감정적으로 예산을 잘라 준 것이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김진선 후보는 “일반회계와 특별회계를 합친 순 도비 보조금은 원주가 가장 많았다”고 반박했다.

한나라당 신구범(愼久範) 제주지사 후보 측은 최근 거리유세에서 “제주에는 신 후보의 고향인 조천읍 출신 공무원이 한 명도 없다. 현 지사인 민주당 우근민(禹瑾敏) 후보가 또 당선되면 앞으로 20년간 조천 출신 고위직 공무원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우 후보 측은 “제주도에는 12개 읍면이 있고 도내 국장급 자리는 14개에 불과하다”며 “1개 읍면 출신이 없다고 인사편중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지연 혈연이 최고〓제주에서 선거운동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김모씨(33)는 “제주도에서 가장 센 당은 ‘괸당’이다”고 말했다. ‘괸’이란 ‘친족’을 뜻하는 제주 방언. 김씨는 “각 후보의 출생지에서는 상대편이 지역조직을 만들기 힘들 정도로 주민들조차 지역주의 성향이 심해 능력과 공약만으로는 표를 얻기 힘들다”고 말했다. 강원 삼척에서 발행되는 모 주간지는 ‘지역출신 특정후보의 당선을 위해 지역민이 단합해야 한다’는 내용의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기사를 게재, 경영자와 취재기자에 대해 선거법위반혐의로 영장이 청구되기도 했다.

군수 후보 6명이 출마한 충북 음성은 지역을 반으로 나누는 감우재 고개를 경계로 전체 인구 중 3만2000명이 사는 동남부지역(음성읍 원남 소이면)과 6만2000명이 사는 서북부지역(금왕읍 감곡 생극 대소 삼성 맹동면)이 대립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98년 지방선거 때 서북부지역 출신 후보가 몰표를 얻자 이번 선거에서도 서북부지역 출신의 한 후보는 음성읍에 있는 군 청사를 금왕읍으로 이전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우는 등 소지역주의가 위험수위를 넘고 있다.

경남 창녕 군수 선거에서도 후보들과 유권자가 북부와 남부로 편이 갈려 있다. 총유권자 5만5300명 중 창녕읍 등 북부 6개 면에 2만8300명이, 남지읍 등 남부 6개 면에 비슷한 숫자인 2만7000명이 살고 있어 세 대결도 팽팽하다.

북부출신 현 군수가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같은 지역출신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혀 이번에도 어김없이 지역대립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전북 완주군의 봉동읍과 삼례읍도 서로 ‘완주 최고의 읍’을 자처하며 전통적으로 대결 양상을 벌여왔던 곳. 선거 때마다 봉동읍 출신은 삼례읍에서 지지를 얻지 못했고, 삼례읍 출신은 봉동읍에서 외면당해왔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왕따’시키기〓6명이 출마한 전북 익산시장 선거에서는 익산 출신 후보 5명이 군산 출신인 모 후보를 익산출신이 아니라고 공격하고 있다. ‘왕따’를 당하고 있는 후보는 익산에서 고교를 졸업하고 공직을 역임한 점을 강조하면서 소지역주의와의 버거운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특별취재반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