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쟁중단" 돌아서면 "폭로-비방전쟁"

  • 입력 2002년 5월 29일 19시 01분


《월드컵을 앞두고 어렵사리 합의된 한나라당과 민주당간의 정쟁(政爭) 중단 약속이 ‘작심 3일’에 그치는 분위기다. 양당은 29일 곳곳에서 각종 의혹을 둘러싼 공방을 재개했다.》

▼정연씨 ‘병역은폐 대책회의’ 목격자 논란▼

민주당은 이날 인천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의 장남 정연(正淵)씨와 한나라당 안상수(安相洙) 인천시장후보의 병역비리의혹 조사를 위한 당 차원의 특별위원회를 구성키로 했다.

인터넷신문인 ‘오마이뉴스’가 “검찰조사 과정에서 97년 정연씨 병역비리 은폐를 위해 병무청 고위간부와 한나라당 의원들이 대책회의를 했다는 목격자 진술이 있었다”고 보도한 데 대한 긴급 대응이었다. 한화갑(韓和甲) 대표는 “이 후보는 그 문제(병역비리 은폐)가 사실이면 후보를 사퇴하겠다고 한 만큼 책임있는 답변을 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이에 대해 배용수(裵庸壽) 부대변인은 “민주당이 서슬 퍼런 98년, 법원에서도 무혐의로 판정난 사안을 놓고 다시 특위구성 운운하며 병역문제를 끄집어낸 것은 지방선거의 불리함을 뒤집으려는 술수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이명박후보 이중 소득신고 의혹▼

민주당 서울시장 선대본부는 이날 “한나라당 이명박(李明博) 서울시장후보가 공공부조 성격의 국민건강보험료에 대해서는 소득을 축소 신고하고, 연금으로 환급되는 국민연금에 대해선 소득을 정상 또는 부풀려 신고했다”며 이중 소득신고 의혹을 제기했다.

민주당 측에 따르면 175억원의 재산을 보유하고 있는 이 후보가 매월 납부해온 건강보험료는 2000년 1만5980원, 2001년 2만2610원, 2002년 2만3590원에 불과했다는 것. 반면 국민연금의 경우엔 98년 4월부터 2001년 12월까지 월평균 345만원 이상의 봉급자에게만 해당되는 45등급으로 신고했다고 민주당측은 주장했다.

이에 이 후보측은 “건강보험료가 낮은 이유는 임대관리 회사인 대명기업 대표 자격으로 직장의료보험에 가입돼 있기 때문이다. 또 건강보험료의 경우 봉급만 소득으로 산정하지만 국민연금의 경우엔 봉급 이외에 추가 소득도 신고하도록 돼 있기 때문에 기준 소득에 차이가 있는 것이다”고 반박했다.

▼박상은 인천시장후보 ‘비방광고’ 설전▼

민주당 박상은(朴商銀) 인천시장후보가 이날 일부 일간지에 ‘대법원 판결마저 부인합니까?’란 제목으로 병역기피, 룸살롱 경영 등 한나라당 안상수 후보에 대한 4대 의혹을 제기한 광고를 게재하자 한나라당측은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이라며 법적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이상득(李相得) 사무총장 등 한나라당 의원들은 이날 오전 중앙선관위를 항의 방문했고, 남경필(南景弼) 대변인은 “선관위측이 위법한 내용의 광고를 승인해준 것은 공정치 못한 처사이다”며 “인천선관위 관계자들에 대한 문책을 요구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선관위는 “신문광고 내용을 사전에 심사할 권한이 없다”며 “다만 위법 여부는 양측의 소명을 들어본 뒤 검토해보겠다”고 밝혔다.

▼李후보 특정대학 비하발언 공방▼

한나라당 이 후보가 97년 기자들과의 술자리에서 특정 대학을 비하하는 발언을 했다는 일부 매체의 보도에 대해 민주당은 이 후보의 ‘학벌주의’를 단적으로 드러낸 사례라고 공격했다.

민주당 민영삼(閔泳三) 부대변인은 “97년 10월경 술자리에서 어느 대학 출신이냐는 이 후보의 질문에 해당 기자가 ‘고려대 출신’이라고 하자 이 후보가 그 대학 나오고도 기자가 될 수 있느냐’고 말했다는 일부 보도는 이 후보가 ‘슈퍼 울트라’ 엘리트주의자임을 보여주는 망언”이라고 비난했다. 이에 한나라당 남경필 대변인은 “이 후보는 그런 식의 농담을 한 적이 없다”며 “확인되지 않은 기사를 전제로 특정 학교 출신과 재학생의 감정을 상하게 하는 교묘한 방법을 쓰는 정치공작적 행태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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