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훈 토론 일문일답 ③

  • 입력 2002년 5월 14일 16시 38분


▽김종구=오늘 아침 신문에 최규선(崔圭善)씨가 노 후보를 만났다는 기사를 봤는데, 유종필 공보특보의 설명에 따르면 최씨가 미국통이라고 돕고 싶다고 했으나 거절했다는데 단지 수인사하는 자리는 아닌 것은 확실한 것 같다. 최씨를 만난 과정과 대화내용을 밝혀달라.

▽노무현=김희완(金熙完) 전 서울시정무부시장을 잘 안다. 옛날 3당합당 이후 잔류했을 때 당을 같이 해서 잘 알고 때대로 조언 듣는 사이다. 어떻든 정치적으로 별로 기대를 모으지 못해선지 가까이서 계속 쓰지는 못했다. 어느 시기인지 모르겠는데 경선에서 충분히 뜬 상태에서 마지막 점검해야 하는데 김희완씨가 와서 몇가지 점검하라 해서 선거전략에 뭐가 있나 해서 밤늦게 10시 쯤에 갔는데 빈 사무실에 저방으로 가자 해 갔더니 낯선 사람이 있더라. 선거에 도움주는 말은 않고 이제 틀림없으니까 후보가 되는 즉시 미국을 다녀와야 한다고 여기저기 손잡지 말고 여기애 맡겨라 해서 불쾌했다. 아무리 미국에 한번도 다녀오지 않은 사람이지만. 앞장서서 일하지 마십시오. 필요하면 도움 청하겠다고 하고 내 주변에도 도와줄 분 있으니 나중에 봅시다 하는데 저 사람 누구야 이렇게 됐다. 그때는 잘 모르겠다고 왔는데 나중에 보니 최규선씨였다. 정치하는 사람이 하는 일 중에 제일 많은 것이 사람 만나는 것이다. 끊임없이 새로운 사람 만난다. 만나다 보니 벼라별 사람 만나게 됐다.

▽김종구=정치브로커나 사기꾼이란 인상 받지 않았나.

▽노무현=10분정도 대화하고 일어섰기 때문에 별다른 인상 없었다.

▽김종구=한번도 안 갔다온 미국에 대해 물어보겠다. 전세계를 긴장과 대결의 구도로 몰고 갔다고 했는데, 우리 역시 미국을 적극 지원하는 입장이었다. 우리 정부가 그 당시 했던 대미외교에 반대했다는 건가.

▽노무현=그말을 했는지 기억이 정확치 않고 전후 어떤 맥락에서 했는지도 한번 확인해보기 전에는 얼른 대답하기 어렵다. 기본적으로 안동서 얘기할 때 대서특필되지 않았는데 그때와 다르게 신중하게 할 수밖에 없다. 참고삼아 말하면 내가 93년 이래로 클린턴대통령의 세계정책에 대해 올바르고 참 좋은 것이다라는 말을 여러 강연에서 많이 했다. 그래서 클린턴대통령의 세계정책과 밥 돌의 세계정책을 대비해서 말해왔는데 그런 선상에서 미국의 대북정책 등이 클린턴대통령 때보다 유화적이지 않다거나 강경 대결책이라고 말한 것 아닌가 싶다. 그런 것인데 앞으로 대통령이 될 수도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짐작할 수 있도록 다변드린 것을 용납해달라.

▽김종구=통일 후에도 안보적 차원에서 주한미군 주둔해야 한다고 했는데, 통일 후 안보적 대치구도가 어떤 것이며 안보적 대치구도가 없으면 주한미군 필요없다는 것인지.

▽노무현=제가 하나 걸린 것 같다. 표현이 그렇게 됐다면 표현이 적절치 않은 것 같은데 안보적 대치구도보다 동북아시아의 대치구도, 동서 대치구도라는 것을 그렇게 표현한 것 같다. 기본적으로 주한미군에 대해선 별 생각이 없고 재야운동 할 때에는 집회에 가면 주한미군 절수는 당연한 결론이 나 있어서 철수파가 돼버렸고 성명서에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정치 하고 야당통합의 대변인이 되고나서 책임있게 생각하고 말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DJ의 주장을 원용해 통일 이후에도 필요하다고 했다. 동서 대치구도가 존재한다면, 그 말은 내가 생각해도 모순되는 얘기다. 한미일 동맹체제와 북중러의 동맹체제에서 동서의 대치구도가 존재하는데 이것이 해소되지 않으면 통일이 되겠는가. 통일 후에도 그 구도 존재했다면 필요하다고 얘기한 것이 그렇게 된 것 같다. 통일 후에도 필요하다고 간단히 정리하는 게 좋겠다. 그러나 통일 이후 상황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통일이 되든 안되든 미국과 중국을 축으로 하는 대결적 긴장관계가 있을 것인지, 동북아시아의 경제적 통합 필요성 때문에 점차 벽이 허물어져 많이 나가면 집단안보체제까지 갈 것인지, 어느 쪽도 결론이 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세계질서 흐름으로 봐서 동북아 통합 움직임이 있을 것 같은데 미국이 좋아하는지 아닌지도 모르겠다, 좀 더 공부하겠다.

▽김종구=부시행정부의 정책을 어떻게 보는가.

▽노무현=어느 정권에 대한 호불호도 외교적으로 할 수 밖에 없지 않느냐. 어느 정부라도 동맹관계 유지를 잘해나가고, 협력해나가야 할 것이다.

▽김종구=미국 방문 계획은.

▽노무현=당에 이 분야에 관한 전문가와 그 분을 중심으로 하는 많은 전문가와 협의해서 하려고 한다. 지금까지 들은 바로는 중도보수라고 하는 쪽의 외교전문가는 굳이 갈 필요없다고 하고, 흔히 좌파하는 쪽은 갔다와야지 큰일난다는 쪽이다. 국내 언론이나 여론 염두에 두고 한 얘기 같다.

▽김종구=노 후보가 굳이 미국에 가지 않겠다고 강조했는데 그걸 놓고 그러한 표현이 있는 것 같다. 집권을 염두에 둔 후보로서 그런 말 강조한 게 필요한 것인지, 다른 후보와 차별화 노린 것 같다는 지적도 있었는데 테러사테 이후 보수화로 치닫고 있는 미국과의 공조체제를 유지하는데 어떤 영향 미칠 것이라고 보는가.

▽노무현=옛날에 제 참모들 사이에서 오래 전부터 미국을 가야한다는데 왜 가야 하느냐, 가면 무슨일을 하고 올 거냐, 누구를 만나고 올거냐는 말이 있었다. 그래서 안가고 있었는데 그 뒤에 경선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나서부터 미국을 모르는 대통령이 한국을 이끌어갈 수 있느냐는 얘기 가나왔는데 한 번 갔다와서 뭘 알겠느냐. 미국에 9박10일 꼬박 공부만 하고 왔는데 10일동안 공부하는 것보다 박권상선생이 쓴 영국을 안다 책 본게 훨씬 도움이 됐다. 넬슨 만델라는 27년동안 감옥에 있었지만…. 결국 외교력은 개인의 역량도 중요하지만 국력이나 문화적 배경도 중요하다. 문제는 그 전부터 미국에 대해서 잘 알고 많은 친구가 있으면 좋겠지만 지금 없는데 부랴부랴 가서 사진 한판 찍고 그런 방식으로는 가지 않겠다는 뜻이다. 다른 뜻은 없다.

▽김종구=평준화 보완차원에서 자립형 사립고 확대문제를 거론한 적이 있는데 이를 포함한 평준화문제 어떻게 생각하고 대학 기여입학제에 대한 노 후보의 생각은.

▽노무현=평준화문제는 지금 한국 중등교육의 기본틀이다. 많은 국민들이 익숙해있고 학업의 성취에 관해 과외교습의 결과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으나 학업성취도 좋게 평가하고 있다. 기본적으로는 평준화 골간을 유지하는 게 좋겠다. 교육의 다양성과 수월성이 필요하긴 한데 교육의 수월성을 위한 제도가 입시학원처럼 돼서는 안된다. 입시학원으로 전락하는 것은 꼭 막아줘야 한다. 한다 안한다 문제보다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 기여입학제는 개인적으로 호감을 갖고 있었다. 나는 어릴 때 공부를 잘 했다. 그러나 내가 노력한 뒤에 내가 잘해서라기보다 부모님에게 물려받은 것이다. 재능을 물려받은 것은 공평하고 돈 물려받은 것은 불공평한가. 남의 기회를 막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서 자기 기회를 열어가는 게 융통성있는 사회 같은데 내 의견은 그렇지만 정책적으로 밀어부칠지는 모르겠다. 정책 채택은 또다른 사회적 합의 필요하기 때문이다.

▽홍은주=여성계 현황에 대해 묻겠다. 예 아니오로 대답해달라. 이혼율이 높은데 이혼자의 70%가 미성년 자녀를 데리고 결혼하고 있다. 이때 새 아버지와 성이 달라서 아이가 왕따 당하고 심리적 고통이 크다. 여성계는 호주제 철폐를 얘기하다가 친양자제도라도 도입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여기에 적극적으로 법적으로 지원할 의지가 있는지.

▽노무현=사실 공부를 못한 분야다. 다음 어느 기회에 답할 수 있도록 준비해오겠다. 어떤 철학적 논리로 유추할 수 있는 게 아니고. 개인의 정서로 유추할 수 있는 게 아니고, 사회학적인 조사 통해 공부해서 다음에 하겠다.

▽홍은주=주식투자해본 일 있나.

▽노무현=내가 주식을 조금 사가지고 2000만원 가량 갖고 있었던 적 있다. 전혀 기억 나지 않고 몇백만원 갖고 샀다가 1500만원어치 팔고 했다. 88년 4·26총선 때 총선자금으로 팔고 남은 주식 400만원 어치였다. 그때가 마지막이었다.

▽홍은주=재테크에 실패했더라도 꾸준히 공부해서 주식시장에 이해해달라. 며칠 전 주가가 1000 가겠지만 이라고 발언 했는가.

▽노무현=예.

▽홍은주=정부가 얼마든지 증시를 조작할 수 있다는 상당히 위험한 발언이었다고 생각하는데.

▽노무현=아니다.

▽홍은주=주가조작을 원천적으로 봉쇄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생각해본 일 있는지.

▽노무현=주가부양은 무조건 반대하는 사람이다. 내가 얘기한 것은 경기 흐름으로 볼 때 연말 가면 1000포인트 될 것으로 보는데 정부에서 이런저런 장난 치면 더 갈 수 있는데 개입하지 않겠다고 한 건데 89년 노태우 대통령때 증시에 3조 얼마 넣었을 때 기억하고 있느데 그로 인해 경제에 많은 부담 줬던 것 기억하고 있다. 절대 증권시장에 개입하면 안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이용식=이용호(李容湖) 게이트의 발단은 보물선 사건이었다. 보물선 발굴신청 때 해수부에 20억원 정도 매장됐을 것으로 신청해서 허가 받았는데 몇 달뒤 몇 조원 묻혀있다고 속여 주가 뻥튀기를 했다, 당시 해수부에 신고할 때는 적은 액수 신고했는데 해수부에서 정확하게 알았다면 알고 있었을 텐데 실제 신고액이 20억원 밖에 안된다고 고시했다면 이용호 게이트가 원천적으로 없었을 텐데.

▽노무현=나는 몰랐고 들어본 일도 없다, 업무에 소홀해서가 아니고 업무를 정상적으로 처리하면 못듣게 돼있다. 지방청에서 수리해서 처리하는 거다. 정상적이라면 장관에게 보고 안하게 돼있다. 시기적으로도 장관 그만 둔 뒤 일이다.

▽이용식=올해 대선 법정비용 얼마인줄 아나.

▽노무현=액수는 정확히 모르겠으나 약속은 드리겠다. 경선과정에서는 이런저런 질문 받으면서 우물물했지만 본선에서는 제도하에서 투명하게 정말 원칙대로 하겠다.

▽이용식=질문 하는 이유는 대선이란 게 법정비용으로 치르는 게 아니다. 언론에서는 수천억, 수조원 얘기도 한다. 그 외에 대선과 관련된 많은 돈이 들텐데 어떻게 조달할 건지. 당에서 말고 개인적으로 어떤 의지를 갖고 있는지. 보증하기 위해서 감시장치를 두겠다고 약속할 생각은 없는지. 후보가 된 뒤에 비공식적으로 어떤 기업에서 도와주마, 그런 얘기는 없었는지. 앞으로 있으면 어떡할 건지.

▽노무현=저는 정치하면서 맹세한다는 말을 쓰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맹세하겠다. 원칙대로 하겠다. 동원체제로 하는 선거운동은 지나갔다고 생각한다. 다른 조직 가동 외에 사조직 동원해 난리부리는 선거는 안할 것이다. 미디어 인터넷 당조직 이렇게 간결하게 가져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에 정말 법대로 하겠다. 친척도 별로 없다. 아이 얼굴 쳐다봐도 5년 뒤에 무사할랑가 생각하면 기가 막히는데 지금 이후에 무슨 또 이런저런 말썽될 수 있는 일 만들어 가면서 불안하게 전전긍긍하게 대통령을 할 생각은 없다. 그만두면 그만뒀지.

▽청중=이회창(李會昌) 후보와 역사를 보는 안목 신념과 용기에서 근본적 차이 있다고 강조했는데 그 차이가 뭔가.

▽노무현=20년 뒤 한국 역사에 가장 영향을 미칠 주제가 뭐냐 하면 부정부패나 정권교체가 아니고 남북관계라고 본다. 이 점에 관해 이 후보가 냉전적 사고를 갖고 있다, 신뢰 증진하는 것을 최고의 가치로 두지 않고 자존심 자극하고 퍼주기 얘기한다. 대결적 사고로는 남북관계를 못 푼다. 20년 후 한국의 운명에 엄청난 차이를 준다. 세계의 조류를 뭐로 보느냐. 탈냉전의 시대에 화해와 협력으로 남북의 통합을 바라보느냐 아니냐의 차이다. 한국의 지도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고 이 점에서 안목 달리한다. 그 다음에 지역감정 부추기면 안된다. 나는 호남 지지 받으면서 영남 지지 받겠다는 것이다. 거부감을 일으켜 반사적으로 표 얻겠다는 것은 분열주의다. 나도 영남지역 표 받겠다지만 반사적 표 받는 것 아니다. 당장 이것부터 고쳐야 한다. 그 다음은 엘리트 의식 가진 분이고 나는 서민적이다. 클린턴대통령 때 여러 가지 얘기 나오는데 대중문화 대중정치의 전형이다. 이런 점에서 정서 엘리트주의와 대중정서가 다른 것 같다.

▽청중=노사모 대표라는 분이 인터뷰를 했더라. 거기에 모 신문이 있다. 그 신문사에 취재를 거부했다. 그래서 기자들이 항의했다. 왜 거부했느냐 하니까 그 대표 분이 하는 게 내 맘이다 했다. 그러면 앞으로 내맘이다 하면 노 후보가 청와대에 들어가서 나에게 기분나쁜 언론, 기분좋은 언론 구별해서 좋은 언론은 들어오시오 하고 기분 나쁜 언론은 기분 나쁘니 들어오지 마라 할 것인지. IPI에서 보고서 발표했는데 언론의 소유지분 주장하는 것은 언론탄압 위한 위협이라고 했다. 기우지만 노 후보가 혹시 청와대에 들어간 뒤에 언론을 탄압한다, 혹은 자유언론에 대해서 어떤 상처를 준다는 말 들리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걱정된다.

▽노무현=청와대에 들어가면 특정언론을 취재 못하게 하는 그런 일 없도록 하겠다. 취재 거부하지 않겠다. 어제 취재거부했던 노사모 회장을 청와대에 데려가거나 중책을 맡기는 일 없도록 하겠다. 그 분의 발언이 대단히 감정적이다, 말한다면 나도 할 말이 많다. 매일매일 나도 이 얘기 비슷한 수준으로 공격당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 언론의 생명은 사실 아닌가. 악의적 공격은 왠만한 사람 눈에는 보인다. 악의적 공격을 받고 있는 사람을 지지하는 사람에게 절제하라고 하기는 그렇다. 소유지분 제한이 위헌이냐 아니냐는 절대적이고 선험적인 기준이 있는 것 아니다. 사립학교 사유재산권이 심각하게 제한받고 있다. 교육이라는 공익적 목적 때문이다. 언론의 교육적 효과, 앞으로는 대통령이 아니라 언론이 끌고가는 나라다. 여기에 필요하다면 공적 제한이 있을 수 있다. 언론의 자유는 언론인의 자유이지 언론사주의 자유는 아니다. 언론사주가 사병 부리듯 하지 않으면 이 얘기가 사라진다. 그 병폐가 사라지면 이 얘기는 사라지고, 그 병폐가 사라지지 않으면 이 얘기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나도 정치하는 사람이라 이 문제로 대결하고 싶지 않다.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김정훈기자>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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