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色지우고 ‘노무현의 당’ 시동

  • 입력 2002년 5월 8일 18시 52분


민주당이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탈당을 계기로 ‘DJ당’에서 ‘노무현(盧武鉉)당’으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으나, 이 과정에서 불협화음과 마찰음도 노출되고 있다.

▽‘노무현 다듬기’식은 곤란?〓8일 오전 열린 노 후보와 당 소속 국회 통일외교통상·행정자치위원회 의원들과의 간담회장. 정책위의장을 지낸 박종우(朴宗雨) 의원이 “우리 당 의원들이 노 후보를 완전히 이해하는 수준이 아니다”고 말을 꺼냈다. 그는 이어 “의원들이 대외적으로 후보를 대변하는 수준까지 후보를 이해해야 한다. 후보의 주요 생각을 기회 있을 때마다 요약해서 설명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노 후보는 “나로서는 당이 나에 대해서 잘 모르는 데 대해 불만이 있다. 그동안 내가 명확히 입장 표명을 한 것에 대해서도 질문을 받는 경우가 있다. 서로가 노력해야 한다”며 약간 떨떠름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또 “내가 훈육 받아야 할 대상인 것처럼 국민에게 비치지 않게 배려해 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당과 의논하는 모습이 마치 ‘불안한 노무현 다듬기’처럼 비치는 데 대해 섭섭하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노 후보는 이날 오후 의원총회에서는 “당에서 잘 준비하고 연출해주면 배우로서 손색없이 할 테니 안심해달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 방문 등 최근 정계개편 추진과 관련해 의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못한 데 대해 양해를 구한 뒤 “앞으로는 세련되게 조율하고 다듬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노 후보가 7일 ‘동교동계의 개혁’을 촉구하고 나서자 동교동계가 “당의 뿌리까지 뽑으려 하느냐”며 반발하기도 했다.

▽‘노무현당’ 만들기〓일부 불협화음에도 불구하고 ‘노무현당’ 만들기 작업은 계속됐다.

8일 당사 곳곳에 걸려 있는 김 대통령의 얼굴 사진을 철거하고 노 후보와 새 지도부의 사진을 내걸었다. 김 대통령의 국정수행 관련 사진은 그냥 두되, 당 총재로서 걸렸던 사진은 치우는 것이 좋겠다는 7일 고위당직자회의의 결정에 따른 것.

한화갑(韓和甲) 대표는 7일 회의 석상에서 “노 후보의 탄생은 한국 정치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 우리 정치는 노무현 이전과 이후로 구분된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그는 8일에는 “이제 여당도, 야당도 아닌 상태인 만큼 비판할 것은 비판하고, 협조할 것은 협조하겠다”며 새로운 당-정 관계를 예고하기도 했다.

그러나 당내 일각에서는 동교동계를 중심으로 “한 대표의 노 후보 찬양 방식은 매우 부적절한 것이다”는 비판도 나왔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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