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지도부 청와대 방문

  • 입력 2002년 4월 29일 23시 04분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대선후보와 한화갑(韓和甲) 대표 등 당 지도부의 29일 김대중(金大中) 대통령 예방은 당선 축하를 위한 의례적인 ‘세리머니(의식)’에 그쳤다. 시간도 25분에 불과했고 김 대통령과 노 후보가 따로 얘기를 나눌 기회도 없었다.

그러나 분위기는 ‘가족적’이었다. 김 대통령은 참석자들에게 일일이 “축하한다”고 인사했고 특히 노 후보에겐 “전혀 피곤해 보이지 않는다”고 말을 건넸다. 최고위원들은 “시골 촌놈이 대표까지 됐다”(한 대표), “대통령 밑에서 정치를 배워서…”(이협·李協 최고위원)라고 화답했다.

김 대통령은 “국민경선을 모범적으로 치러낸 것은 우리 정치의 도약이다. 오랜 전통을 가진 민주정당의 저력을 보여줬다”고 치하하면서도 ‘정치 불관여’를 거듭 강조했다.

노 후보는 이에 “현 정부가 여러 분야에서 장족의 발전을 이뤘음에도 관습이나 의식이 개혁되지 않아 나타난 부작용이 너무 크게 부각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것을 아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최고위원 경선에서 6등으로 당선한 추미애(秋美愛) 최고위원은 이날 시종 굳은 표정이었다. 오전 최고위원회의에도 불참한 추 최고위원은 청와대 예방 때도 가장 늦게 나타났다. 김태랑(金太郞) 최고위원이 “전화를 안 받더라”고 말을 건네도 “전화 받을 일 없다”고 싸늘하게 답했다. 한 대표가 “이번 경선에선 추 최고위원의 표가 너무 낮게 나와서 화제다”고 위로하고 김 대통령도 “(당선)되면 됐지, 뭐. 사람들은 몇 등인지 기억하지 않는다”고 위로했지만 추 최고위원은 끝내 표정을 풀지 않았다.

이철희기자 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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