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통령 동정까지 '거래' 됐다니

  • 입력 2002년 4월 22일 18시 24분


갖가지 비리혐의로 온 나라를 시끄럽게 하고 있는 최규선(崔圭善)씨가 대통령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좌하는 수행비서까지 끌어들여 대통령의 동정을 파악해 왔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대통령의 일정 등 국가기밀사항이 청와대 직원에 의해 외부로 유출되는 상황이다. 국군통수권자인 국가원수의 일거수일투족(一擧手一投足)은 그 자체가 국가안보의 영역이다. 대통령의 일정이 2급 비밀로 분류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도 돈을 받고 이 같은 기밀을 밖으로 내보냈다니 할 말을 잃게 된다. 각종 비리의혹도 부족해 이제는 국가기밀까지 ‘거래’의 대상이 되다니 청와대의 기강 해이가 갈 데까지 간 느낌이다.

그렇지 않아도 수석비서관과 비서관 등 청와대의 많은 사람이 무슨 무슨 게이트 등 각종 비리에 연루된 것이 드러나 옷을 벗었고 최근에는 최규선 최성규(崔成奎)씨 등 비리혐의자를 외국으로 도피시키려 했다는 의혹까지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에는 대통령수행비서까지 비리 리스트에 올랐으니 과연 청와대 안에 깨끗한 사람이 몇 명이나 되는지 묻고 싶은 심정이다.

더욱이 최씨는 이렇게 얻은 각종 고급 정보를 권력 핵심과의 친밀도를 과시하는 위세용으로 활용하는 등 자신의 사업확장 로비 금품수수 이권개입 등 비리 행각에 이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청와대의 기강 해이가 결국 비리를 부풀리고 조장하는 쪽으로 작용한 것이다. 사정이 이렇게 되도록 청와대나 각급 정보 사정기관은 도대체 무엇을 했는지 모르겠다. 하긴 이들 기관의 주요 인사들은 오히려 최씨를 감싸주기에 급급했으니 정보의 통제감시체제가 제대로 작동했을 리 없다.

지금의 상황은 수행비서 차원이 아니라 대통령 아들, 범죄 혐의자, 청와대 직원들이 비리의 끈으로 얽히고 설킨 복잡하고 구조적인 문제라는 데 그 심각성이 있다. 풀어질 대로 풀어진 청와대와 대통령 주변의 기강을 다잡기 위해 대통령의 결단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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