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D-100 3대변수 점검]“대선 길목 분수령” 與野총력전

  • 입력 2002년 3월 4일 18시 43분


《5일은 6·13지방선거 D-100일. 시도 지사 16명, 시장 군수 구청장 232명, 시도 의회 의원 690명, 시군구 의회 의원 3490명 등 모두 4428명의 지역 일꾼을 뽑는 이번 선거를 앞두고 줄잡아 1만여명의 자천타천 후보들이 벌써부터 표밭을 뛰고 있다. 여야의 대선 후보가 확정된 뒤 실시되는 이번 지방선거는 역대 선거와는 질적으로 다른 선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지방선거의 승패가 대선 정국에 미치는 치명적 영향을 의식한 여야의 대선 후보들이 선거를 진두지휘할 게 분명함에 따라 지방선거가 대선 전초전화할 가능성이 크다. 지방선거의 주요 변수를 점검해 본다.》

▼정치권 구도 바뀔까▼

현재의 정치권 구도대로 지방선거가 치러지느냐 여부가 최대 변수가 될 가능성이 있다. 정치권 구도가 바뀐다면, 지방선거 구도도 바뀔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자민련 김종필(金鍾泌) 총재가 4일 “이대로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이 같은 점을 염두에 둔 말로 보인다.

JP의 말은 지방선거에서 참패할 경우 존립 자체에 대한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는 자민련으로선 지방선거 전에 정치권 구도의 변화를 꾀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4월 27일 대선후보 확정 후의 민주당 상황도 관심사다. 경선에서 진 일부 세력이 이탈해 외부 세력과 손잡고 지방선거를 통해 활로를 모색하려 할 수도 있고, 반대로 지방선거 참패 시 후보교체론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는 대선후보가 외부 세력과의 연대를 통한 외연 확장을 시도할 수도 있다.

그뿐만 아니라 대선 6개월여 전에 여야의 대선후보 책임하에 치러지는 이번 지방선거는 중앙정치의 ‘바람’을 탈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도 크다.

▼수도권 최대 승부처▼

수도권은 과거 두 차례 지방선거에서도 중앙정치의 풍향이 선거결과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즉 인물에 대한 선호도 이상으로 정당에 대한 선호도가 선거결과를 좌우하는 경향을 보였다. 특히 시도 지사 선거의 경우는 그랬다. 이 같은 관점에서 볼 때 현재 여론조사 지지율이 앞선 한나라당의 전반적 우세가 점쳐지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이상수(李相洙) 김민석(金民錫) 의원이, 한나라당에서는 홍사덕(洪思德) 의원과 이명박(李明博) 전 의원이 후보 경선 출사표를 낸 서울시장 선거도 현재로서는 일단 정당 지지율에서 앞선 한나라당 쪽에 청신호가 켜져 있다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후발 주자인 민주당 예비후보들에 비해, 한나라당 예비후보들의 인지도도 높은 편이다.

다만 과거 두 차례 선거에서 모두 민주당이 승리했고, 아직 선거구도가 확정되지 않았으며, 선거전이 본격화되면 인지도는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서울시장 선거는 결국 중앙정치에 의한 ‘고공전’으로 판가름날 공산이 크다.

경기지사 선거도 지난번에 낙선한 한나라당의 손학규(孫鶴圭) 의원이 재출마할 경우 강력한 경쟁력을 가질 것으로 여론조사 결과 나타나고 있다. 이에 민주당의 임창열(林昌烈) 현 지사 측은 “시간이 흐를수록 격차가 줄어들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고, 김영환(金榮煥) 의원도 “경선을 통해 후보가 되면 자신 있다”고 호언하고 있으나 결과는 미지수다.

인천의 경우도 민주당은 유필우(柳弼祐) 인천남갑지구당위원장, 이기문(李基文) 전 의원, 박상은(朴商銀) 전 정무부시장 등이 거론되고 있으나 이미 출마 선언을 한 한나라당 이윤성(李允盛) 의원에 비해서는 아직 인지도가 낮다.

▼충청-영호남 새 기류▼

▽무주공산 충청권〓이원종(李元鐘) 충북지사가 자민련을 탈당해 한나라당에 입당할지 여부가 최대 관심사.

특히 이 지사가 충북의 현역 기초단체장 4∼6명과 함께 한나라당에 입당할 경우 충북은 물론 대전 충남에까지 그 여파가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자민련 의원들은 “충북이 무너지면 자민련은 대전 충남당으로 전락할 수 있다. 2000년 총선 때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공습’을 당했던 대전 지역을 지키는데도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민주당 대선후보로 이인제(李仁濟) 상임고문이 확정될 경우엔 대전 충남의 ‘이인제 바람’ 강도도 세질 것으로 전망돼 자민련은 이래저래 입지가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 고문 진영에선 대선 공조를 염두에 두고 자민련과의 연합공천을 추진해야 한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호남 영남 텃밭 지키기〓민주당은 호남에서 공천이 잘못되면 무소속 후보들에게 패배할 수 있다는 위기감도 적지 않다. 호남 지역 의원들은 “민심이 과거와 다르다. 깃발만 꽂으면 당선이라는 도식은 이제 옛말이다”고 말하고 있다.

한나라당이 장악하고 있는 영남 지역은 이와 달리 경선보다는 추대로 후보를 정하자는 의견이 많다. 그러나 시도마다 현역 의원들이 2, 3명씩 출마 의사를 밝히고 경선전에 뛰어든 상태라 후보단일화 요구가 제대로 먹혀들지 않고 있다.

송인수기자issong@donga.com

박성원기자swpark@donga.com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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