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경선]與대선주자들 "이인제만 이기면…"

  • 입력 2002년 3월 1일 18시 42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전이 본격화하면서 경선후보들 간의 견제와 대립의 역학관계가 복잡하게 얽히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인 이인제(李仁濟) 상임고문에 대한 나머지 후보들의 집중 견제가 가장 두드러진 양상이다. 노무현(盧武鉉) 한화갑(韓和甲) 김근태(金槿泰) 상임고문이 일제히 이 고문을 겨냥해 ‘정체성 공세’를 펼치고 있는 것이 단적인 예.

지난달 28일 KBS 합동토론회에서도 이들은 “민주당이 개혁적 국민정당임을 각인시켜야 한다는 점에서 정체성은 대단히 중요하다”(김 고문) “민주화 투쟁에 앞장서 싸운 사람이 정통성이 있다”(한 고문)고 주장했다.

이 고문 측이 맞대응을 자제하고 있는 것은 섣불리 대응했다가는 ‘이인제 대 반(反)이인제 구도’가 심화될 가능성이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다른 후보들의 집중공세가 오히려 ‘이인제 대세론’을 강화할 수도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내 영남주자인 노 고문과 김중권(金重權) 상임고문 간의 신경전도 치열하다. 두 번째 경선지역인 울산에서 1위를 노리고 있는 두 사람은 모두 “영남후보라야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서로 자신이 ‘영남대표’임을 주장하고 있다.

선두권 진입을 겨냥한 반(反)이인제 진영 내의 상호견제도 노골화하고 있다. 노무현 고문 측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3위로 올라선 정동영(鄭東泳) 상임고문 측을 견제하기 시작했다. 이에 정 고문 측도 정체성 공방을 문제삼아 노 고문과 이 고문을 싸잡아 비난하기도 했다.

노무현 김근태 정동영 고문은 모두 개혁성을 앞세워 경선전에 뛰어든 만큼 지지기반이 상당부분 겹쳐 있어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 밖에 정 고문과 유종근(柳鍾根) 전북지사는 전북 대표성을 놓고 서로 견제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KBS 합동토론회에서 유 지사가 정 고문을 공격하는 노 고문 쪽에 합세했던 것도 이런 이해관계 때문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인제 고문을 유일한 경쟁자로 생각하고 있는 한화갑 고문은 이 고문만 집중 견제하고 있다.

윤영찬기자 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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