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의원이 공개한 홍걸씨 계좌…거래내용 상세

  • 입력 2002년 2월 24일 18시 22분


한나라당 홍준표(洪準杓) 의원이 24일 공개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 3남 홍걸(弘傑)씨의 미국 한미은행 예금계좌 입출금 내용 자료는 A4용지 3장이다.

첫 장에는 계좌 개설 은행 소재지와 계좌번호, 예금주 이름 등이 적혀 있고 그 아래에 2001년2월26일부터(출금은 3월13일부터) 같은 해 4월9일까지의 입금 및 출금 금액이 기록되어 있다. 둘째장과 셋째장엔 4월10일부터 6월27일까지의 입출금 내용이 씌어 있고 셋째장 마지막에는 전체기간 중 지출 금액 총계가 계산되어 있다.

홍 의원에 따르면 이 자료는 해외의 한 제보자가 작성한 문건으로, 한미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홍걸씨 금융거래 장부를 복사한 사본은 아니다. 첫째장의 계좌 소개와 셋째장의 지출금액 총계도 제보자가 자료 내용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설명을 덧붙인 것이라고 홍 의원은 전했다.

자료가 조작됐을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해주는 대목이다. 제보자 차원에서 고의적으로 허위 문건을 만들었을 수도 있고, 홍 의원에게 전달되는 과정에서 누군가가 가필하거나 내용을 수정했을 수도 있다.

그래도 한나라당 관계자들은 “그 내용이 마치 예금통장을 보고 그대로 옮겨 쓴 것처럼 구체적이어서 자료 자체가 통째로 조작됐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주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3월14일 지출수표번호 3915 지출금액 2000.00달러, 3월15일 지출수표번호 3929 지출금액 1488.89달러’라는 식으로 지출 근거인 수표번호까지 적혀 있다는 것. 또 많게는 4만달러(4월30일), 적게는 5.40달러(4월3일)까지 거의 매일의 입출금 내용이 기록되어 있어 은행만 협조하면 쉽게 진위를 가릴 수 있다는 것이다.

홍 의원은 “검찰이 의지를 갖고 수사에 착수하면 얼마든지 사실 여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며 “만약 내 주장이 사실과 다를 때는 그에 상응한 책임을 질 것이나 이 자료가 사실로 판명된다면 김 대통령 역시 그에 상응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미은행 측은 이를 공식 부인했다. 민주당 측이 공개한 이 은행 부행장 데이비드 김 명의의 해명서에서 은행 측은 ‘미 연방법과 캘리포니아 주법 규정에 따라 정당한 법적 절차를 거친 경우를 제외하고는 고객 정보를 공개할 수 없게 되어 있다. 홍걸씨에 대한 은행정보 역시 공개한 적이 없고, 앞으로도 그럴 의도가 없다. 홍걸씨가 본 은행의 고객이라는 사실에 대해서도 부인도 시인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송인수기자 i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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