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희씨 기획체포설' 논란

  • 입력 2002년 2월 17일 18시 56분


민주당은 한나라당 일각에서 제기된 이석희(李碩熙) 전 국세청 차장의 ‘기획체포설’에 대해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이씨를 체포한 것을 누가 기획했다는 말이냐”며 발끈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공식적인 문제 제기는 자제하면서도 이 전 차장의 체포 경위에 대해 의혹의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한나라당은 정부 여당이 세풍사건을 대선에 이용하기 위해 미국 정부와 물밑접촉을 벌였을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앞두고 정부가 차세대전투기(FX) 사업 기종 선정 작업을 재개하겠다고 밝힌 뒤 이 전 차장이 체포된 것을 주목하는 일부 당 관계자들도 있다.

민주당은 한나라당의 이 같은 의혹 제기에 대해 세풍사건을 정쟁화시킴으로써 사건의 본질을 흐리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낙연(李洛淵) 대변인은 17일 “한나라당은 미국 FBI를 한국의 파출소쯤으로 아는 것이냐”며 “한나라당은 혹시 이 전 차장이 영원히 체포되지 않기를 바란 것 아니냐”고 역공을 펼쳤다.

이 전 차장의 체포 사실이 고위당정회의에서 처음 보고된 사실을 놓고도 공방이 벌어졌다.

한나라당 남경필(南景弼) 대변인은 “정부가 대단한 건수라도 잡은 듯 당정회의 중에 이 전 차장 체포사실을 보고하고, 이를 여당 대변인이 발표하는 등 호들갑을 떨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에 민주당 이 대변인은 “당정회의가 끝나갈 즈음에 법무부장관이 긴급 메모를 통해 연락을 받고 그 자리에서 보고한 것”이라며 “탈주범 신창원이나 대도 조세형이 잡혔다는 메모를 해당 장관이 받았더라도 당연히 당정회의에 보고했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윤영찬기자 yyc11@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