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외교부 부시회견 반응 ]포용 지지엔 "만족"

  • 입력 2002년 2월 16일 18시 13분


16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회견에 대한 정부관계자들의 반응은 한마디로 ‘만족 반, 우려 반’으로 엇갈리는 듯하다.

청와대와 외교통상부 당국자들은 공식적으로는 “부시 대통령이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대북포용정책을 적극 지지했고 북한과의 대화 의지를 거듭 천명했다”고 강조하면서 “대체로 만족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부시 대통령이 “김 대통령의 햇볕정책과 미 정부의 엄격한 상호주의적 대북정책이 병립될 수 있다”고 말한 것은 최근 대북정책에 대한 한미간의 견해차가 크다는 논란이 한국에서 일고 있음을 고려할 때 시기적으로 매우 적절한 발언이었다는 반응이 많았다.

부시 대통령이 북한 정권에 대해 극도의 부정적인 인식을 표출한 데 대해서는 “그의 기본적인 대북관”이라며 별 의미를 두지 않는 분위기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이 우리 정부의 햇볕정책을 지지하면서도 답변마다 △북한 정권에 대한 불신과 유감 △북한 주민의 열악한 인권 상황 △대량살상무기(WMD)의 확산 위협을 차례로 언급한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하는 관계자도 적지 않다.

외교부의 한 관계자는 “방한을 불과 사흘 앞두고 가진 기자회견에서 북-미 대화 재개를 강조하고 대북포용정책을 지지한다고 말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문제는 답변의 상당 부분이 북한 수뇌부를 겨냥한 비판적인 내용이라는 사실이다”고 말했다. 그는 “부시 대통령이 지난 달 연두교서에 이어 재차 북한 주민의 인권문제를 지적한 게 심상치 않다”고 덧붙였다.

부시 대통령이 최근 거의 언급하지 않았던 한미간 통상분야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을 주목하는 정부관계자도 많다.

통상분야의 한 관계자는 “부시 대통령이 ‘군사공조에 못지 않은 경제공조’의 필요성을 내세운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큰 것 같다”며 “철강, 자동차, F15전투기 구매 문제 등 양국간 통상현안에 대한 미국 측의 적극적인 의견 개진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방한단엔 50명 내외의 경제인과 미 무역대표부(USTR) 관계자들이 포함돼 있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한편 청와대와 외교부 등은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정상회담 마무리 준비작업에 몰두했다. 청와대 외교당국자는 “회담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면서 “의제 별로 우리 입장을 어떻게 전개할지, 미국 측의 예상되는 입장에 대한 대응논리를 어떻게 제시할지 등을 최종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최성홍(崔成泓) 외교통상부 장관과 김성환(金星煥) 북미국장 등 외교부 간부들도 이한동(李漢東) 총리 주재로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당정회의에 참석, 한미 정상회담의 마지막 준비상황을 보고했다.

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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