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길연 北대사 "북-미관계 미국 손에 달렸다"

  • 입력 2002년 2월 8일 11시 54분


박길연(朴吉淵) 유엔 주재 북한대사는 7일 북한과 미국간 대화 또는 적대관계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미국에 달려있다고 말해 대화를 희망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박 대사는 이날 AP 통신과 가진 인터뷰에서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면서 이렇게 말하고, 특히 남한의 정책이 미국에 의해 영향을 받는한 한반도 통일은 진전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미국이 적대적인 정책 결정을 계속하고 군사적인 선택을 한다면 우리 군과 인민도 똑같은 기준으로 반응하는 것 외에는 달리 선택할 게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사는 북한 정부가 미국과의 대화 재개에 관심이 있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항상 대화와 협상으로 문제들을 해결하기를 희망한다. 그러나 그 협상은 어떠한 전제조건도 없는 동등한 입장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같은 입장이 부시 대통령의 국정연설 이후 갖게 된 것이냐고 묻자 "적대적이거나 곱거나 미국의 말과 행동은 북한으로부터 유사한 대답을 들을 것"이라며 "그것은 전적으로 미국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박 대사는 북한을 이란, 이라크와 함께 '악의 축'으로 규정한 부시 대통령의 연두 국정연설에 대해 "선전포고나 다름없다"는 북한 외교부의 반응을 되풀이 하면서 "미국이 '대화'와 '협상'의 가면까지도 벗어던지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북한이 선의를 보여주는 조치로 한반도 휴전선 인근에 배치된 재래식 무기중 일부를 철수해야 한다는 부시 대통령의 제안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박 대사는 이어 "남한 당국의 입장이 외부세력에 의존하지 않는다면 옳은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남한의 정책이 미국에 의해 영향을 받는 한 한반도 통일은 진전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한과의 대화 재개와 관련, 그는 6.15 공동선언의 핵심은 외부 세력에 의존하지 않고 한국인의 공동 노력으로 통일을 이룩하자는 것이라면서 "우리는 6.15 선언을 성실히 수행하고 존중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미국의 적대 정책이나 분위기가 개입된다면 남북한에 어떤 대화나 접촉이 가능하고 실현되겠느냐며 의문을 표시했다.

박 대사는 북한의 미사일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하기를 회피한 채 일본의 지난 4일 H-2A 로켓 발사를 비난하는 북한 외교부의 성명내용을 되풀이 주장했다.

워싱턴=한기흥 특파원기자 eligius@donga.com

▼북-미 물밑접촉 계속▼

북한과 미국의 실무자급 대표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북한을 '악의 축'이라고 언급한 이후에도 뉴욕에서 접촉을 가졌다고 아사히신문이 8일 미 정부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양국의 접촉은 유엔주재 북한대표부와 미 국무성의 채널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이나 정확한 접촉날짜와 참석자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 자리에서 미국은 콜린 파월 국무장관이 1일 뉴욕에서 열린 한승수(韓昇洙)외교부장관과의 회담에서 "미국의 대북정책은 바뀌지 않았다"고 한 발언을 재확인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북한은 부시 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에 대해 "선전포고와 다름없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으나 물밑접촉은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양국의 접촉은 지난달 10일 박길연(朴吉淵) 유엔대사와 잭 프리처드 한반도평화회담 특사가 상견례를 한후 처음이다.

도쿄=심규선 특파원기자 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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