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업씨측근 愼총장 만나 이용호수사중단 압력 행사"

  • 입력 2002년 2월 5일 06시 36분


지난해 9월 초 ‘이용호(李容湖) 게이트’ 수사 초기 신승남(愼承男) 당시 검찰총장을 직접 만나 수사중단 압력을 가했던 사람은 이미 보도된 김형윤(金亨允·구속 중) 전 국가정보원 경제단장이 아니라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차남 김홍업(金弘業)씨의 측근인 김모씨인 사실이 4일 확인됐다.

김모씨는 김홍업씨와 아주 가까운 관계로 김 대통령의 처조카인 이형택(李亨澤) 전 예금보험공사 전무 및 신 전 총장과도 가까운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김홍업씨가 김모씨의 수사중단 압력 사실을 사전 또는 사후에 알았는지, 외사촌 관계인 이형택씨의 부탁을 받고 개입한 것은 아닌지 등에 대한 진상조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용호 게이트’를 재수사 중인 차정일(車正一) 특별검사팀은 이르면 5일 김모씨를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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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와 대검 특별검사팀 등에 따르면 지앤지(G&G) 회장 이용호씨는 지난해 9월4일 주가조작 및 횡령 등의 혐의로 대검 중수부에 구속되자 부인 최모씨를 통해 13일경 예금통장 사본을 임운희(林雲熙) 변호사에게 전달했다는 것이다.

이 예금통장에는 이용호씨가 신 전 총장의 동생 신승환(愼承煥·구속 중)씨에게 금융권 등에 대한 청탁명목으로 5000만원을 송금한 내용이 기록돼 있었으며 임 변호사는 통장 사본을 이형택씨에게 전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 통장 사본은 다시 이형택씨를 통해 김모씨에게 건네졌으며 김모씨는 이 통장 사본을 들고 당시 신 총장을 만나 수사중단 압력을 가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은 지난해 이용호씨의 검찰 내 비호의혹을 수사했던 검찰 특별감찰본부의 수사 과정에서도 관련자들의 진술로 일부 확인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김모씨 소환조사 후 필요할 경우 김홍업씨도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한편 특검팀은 이날 김형윤 전 경제단장이 이근영(李瑾榮) 금융감독위원장에게 이용호씨에 대한 조사에 항의하며 선처를 부탁했다는 의혹에 대해 수사에 착수했다. 특검팀은 이날 이용호씨와 김 전 단장을 함께 불러 김 전 단장이 출국 금지된 지난해 8월경 당시 신 총장과 이헌재(李憲宰) 전 재정경제부 장관 등이 참석한 회식에 합석한 경위를 조사했다.

특검팀은 또 이형택씨를 엄익준(嚴翼駿·사망) 전 국정원 2차장에게 연결시켜준 이기호(李起浩) 전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을 5일 오전 10시에 소환한다고 밝혔다.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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