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총재 17일 연두회견 "대통령되면 총재직 사퇴"

  • 입력 2002년 1월 16일 18시 32분


‘국가혁신으로 희망의 나라를 만들겠습니다’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는 17일의 연두 기자회견 제목을 이렇게 정했다.

모두 7개 부문으로 구성된 회견문은 가급적 과거에 대한 비판보다 미래의 대안 제시에 초점을 맞췄다. 회견장에 내 걸 현수막도 정부 여당의 실정을 규탄하는 내용 대신 ‘반듯한 나라 활기찬 경제’로 준비했고, 이 총재 뒷자리에는 나이 든 당직자보다 가급적 젊은 의원들을 앉게 해 당의 진취적 이미지를 강조하기로 했다.

관심 현안인 대권과 당권 분리에 대해선 ‘정치혁신에 대한 국민적 열망을 받아들여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총재직에서 물러나겠다’며 수용 의사를 밝힐 생각이다. 다만 대통령선거 전에 총재 및 부총재직을 폐지하자는 비주류측의 제안에 대해선 국가혁신위 등에 결론을 위임하고, 공정한 경선을 위해 적절한 시기에 총재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 뜻도 밝힐 것으로 전해졌다. 경선기간 동안은 시비를 피하기 위해 총재직을 내놓겠다는 것이다.

이 총재는 또 올해 국가 과제로 경제 살리기를 꼽고 이를 위해 한국 경제의 ‘성장 엔진’을 찾자고 제안한 뒤 부정부패 척결 의지와 교육 개혁, 빈부격차와 청년실업 문제 해소 방안, 상호주의에 입각한 남북관계 진전 희망 등도 언급할 것이라고 남경필(南景弼) 대변인이 16일 전했다.

민주당은 이날 한나라당 이 총재에게 각종 주문을 쏟아냈다. 장전형(張全亨) 부대변인은 논평에서 이회창 총재에게 △대통령이 여당 총재직을 사퇴하면 경제문제에 대해 협조하겠다고 했던 약속은 언제 지킬 것인지 △총재직을 폐지하고 당권-대권을 분리할 용의는 없는지 △국민경선제를 도입할 의사는 없는지 △3김씨에 대한 본심은 무엇인지를 연두회견에서 밝힐 것을 요구했다.

그는 또 △교원정년연장법안 강행처리 △건강보험재정 통합 무산 △안기부예산 횡령사건 및 국세청을 동원한 대선자금 불법모금사건 등에 대한 사과를 요구했다.

한나라당은 민주당의 주문을 ‘기자회견 재뿌리기’로 규정했다. 한나라당 이강두(李康斗) 정책위의장이 14일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연두회견을 조목조목 혹평한 데 대한 ‘보복전’이라는 것이다.

장광근(張光根) 수석부대변인은 “회견을 들은 뒤 비판을 하는 것은 몰라도 회견을 하기도 전에 비난을 하고 나서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민주당의 요구에 대한 답변 자체를 거부했다.

그는 또 “민주당 요구는 주요 현안에 대한 건설적 제의가 아닌 한나라당 흠집내기용 음해”라며 “민주당은 정치 쇄신에 앞서 정치 도덕부터 배워야 한다”고 비난했다.

송인수 기자 issong@donga.com

윤영찬 기자 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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