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대선주자 TV토론 준비]"경선 스타탄생" 이미지 승부

  • 입력 2002년 1월 15일 19시 12분


18일부터 시작되는 방송사들의 TV 토론을 앞두고 여야의 대선예비주자 진영엔 긴장과 기대감이 교차하고 있다. 대선예비주자들을 대상으로 한 TV토론이 처음 도입된 97년 대선 직전, TV토론을 통해 일약 선두권에 합류한 다크호스가 탄생했는가 하면 뚜렷한 이미지를 부각시키지 못한 채 추락하는 극적 장면들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그런 반전의 가능성을 의식한 듯 선발주자는 선발주자대로, 후발주자는 후발주자대로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다.

▽‘97년의 교훈을 배워라’〓97년 이른바 ‘9룡’이 경합한 신한국당 대선예비주자 TV토론에서의 가장 큰 수혜자는 이인제(李仁濟) 당시 경기도지사였다는 게 중론이다. 그해 4월과 5월 대통령후보 지지도를 묻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한자릿수에 처져있던 이 지사는 TV토론이 종료된 6월 중순경 20%대로 급상승, 이회창(李會昌) 대표, 박찬종(朴燦鍾) 고문 등과 선두그룹을 형성했다.

반면 이수성(李壽成) 고문은 TV 토론으로 가장 타격을 입은 예비주자로 꼽혔다. 그는 토론회 전까지만 해도 민주계의 후보추대 1순위로 꼽혔으나 토론에서 강한 흡인력을 입증하지 못함으로써 대세상승의 기운을 타지 못했다.

TV토론으로 판도가 바뀌면서 각 후보간 연대의 틀도 무너져갔다. 한동안 관심사가 됐던 이인제-박찬종-김덕룡(金德龍)씨간 3자 연대가 무산됐고, 민주계도 방향타를 잃었다.

▽‘스타’를 꿈꾼다〓인지도나 지지율이 앞선 후보군 보다는 뒤늦게 시작한 대선예비주자들이 맹렬히 칼을 갈고 있다. 민주당의 경우 토론 경험이 풍부한 이인제 고문은 상대적으로 느긋한 표정을 짓고 있다. 노무현(盧武鉉) 고문은 TV 토론을 계기로 ‘이인제 뒤집기’를 시도하겠다는 각오다.

앵커출신인 정동영(鄭東泳) 고문은 젊고 힘찬 이미지를 부각시켜 돌풍을 일으킬 계획이고, 한화갑(韓和甲) 고문은 가신(家臣)의 이미지를 벗고 홀로서기할 수 있는 호기라고 벼르고 있다. 김중권(金重權) 고문은 영호남화합론을 집중 부각시킬 계획. 김근태(金槿泰) 고문도 이번 TV토론을 통해 승부수를 띄우겠다며 토론준비에 몰두한 상태고, 유종근(柳鍾根) 전북지사는 ‘경제전문가’의 이미지를 부각시킬 예정이다.

▽이회창 총재 불참 논란〓이 총재가 TV토론 불참방침을 확정함으로써 한나라당 대선예비주자들에 대한 TV토론은 사실상 무산됐다. 각 방송사도 이 총재가 불참 방침을 정식 통보하자 고민 끝에 민주당 예비주자들만을 대상으로 토론을 실시키로 결론을 내렸다.

민주당은 연일 한나라당 이 총재의 TV토론 불참방침을 공격하고 있다. 15일 열린 주요 당직자회의에서도 “오만한 제왕적 발상이다” “TV토론을 의도적으로 피하고 있다”는 성토가 쏟아졌다. 이 총재 때문에 TV 토론 참여가 무산된 김덕룡 의원측도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 총재측은 “후보출마 선언도 안 했는데 무슨 TV 토론이냐”며 “선거분위기의 조기과열이 우려된다”고 일축하고 있다.

윤영찬 기자 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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