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美, 北-日관계 돌파구 안보여

  • 입력 2001년 12월 31일 16시 50분


북한은 올해 초부터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본격적인 탐색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북-미 관계 정상화는 북한으로서도 체제 생존을 위한 발판이라고 할 수 있다. 북-미 관계 정상화를 통해서만 국제적 고립에서 벗어날 수 있고, 경제 회생을 위한 국제사회의 지원을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북-미 관계 현안에 대한 입장 비교
북한의제미국
-경수로 건설 지연에 따른 전력보상 먼저 해결
-조기 사찰 반대
제네바 핵동결 합의-핵동결 합의 내용 개선 필요
-과거 북핵 투명성 검증을 위한 조기 사찰 실시
-2003년까지 미사일 발사 유예
-수출중단 대가로 매년 10억달러씩 3년간 보상
북한 미사일-미사일 개발 및 배치에 관한 검 증 필요
-수출 금지
-주한미군 철수가 선결 과제재래식 무기-휴전선에 전진 배치한 재래식 무기의 후방 이동 및 감축
-생물무기협정(BEC)에 가입하는 등 국제적 의무 준수하고 있음생화학 무기-이라크 북한 등 불량국가들의 생화학 개발 우려

올해 북-미 관계는 예년과는 다른 환경에서 출발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정권 붕괴가 북한에 안겨준 위기의식도 여느 해와는 달라 보인다. 북한이 미국을 비난하면서도 9·11 테러사태에 대해 유감을 표시하고, 2개의 반테러 협약에 서둘러 가입한 뒤 나머지 5개의 반테러 협약에도 가입 의사를 표명한 것 역시 미국을 의식한 몸짓이라고 할 수 있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지난해 11월26일 “북한은 대량살상무기(WMD) 개발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필요한 검증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공언했듯이 북한을 압박하고 나설 가능성도 있다.

북한은 미국이 핵과 미사일 같은 대량살상무기나 재래식 군비에 대한 협의를 요구하는 데서 나아가 생화학무기로까지 의제를 확대시켜 놓은 상황을 달갑지 않게 받아들이고 있다.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이거나 거부해야 하는 제한된 선택권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이 순순히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과거와 마찬가지로 ‘벼랑끝 전술’로 정면 돌파할 가능성도 없지 않아 보인다.

북-일 관계도 악화일로다. 일본 당국이 재일본조선인총연합(총련)계의 조은(朝銀) 신용조합 부정대출사건 수사에 나섬으로써 외화 수입의 주요 원천인 총련계의 자금 유입이 뚝 끊어진 것부터가 북한의 심사를 꼬이게 하고 있다. 일본 해상보안청 순시선의 공격을 받고 침몰한 괴선박 사건은 가뜩이나 꼬인 북-일 관계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북한이 미국과의 관계가 좋지 않을 때마다 적극 추진했던 대 유럽연합(EU) 외교 여건도 예전 같지 않다. 북한의 인권 개선에 대한 보장이 없다면 북한에 지원할 필요가 없다는 목소리가 EU 내부에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올해 북한의 대외관계는 그 어느 때보다 시련을 겪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윤덕민(尹德敏) 외교안보연구원 연구위원은 “과거 북한은 한국 미국 일본 가운데 어느 한쪽과의 관계가 안 좋으면 다른 쪽과의 관계를 좋게 하는 식으로 상대방을 바꿔가면서 외교를 했으나, 지금은 세 나라와의 관계가 모두 안 좋다는 점에서 전략적 선택에 어려움이 많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