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대사면 왜 할까]인덕정치 과시…인권개선요구 차단

  • 입력 2001년 12월 27일 18시 25분


북한이 ‘헌법절’인 27일 대사면 실시계획을 발표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

북한이 정권을 수립한 뒤 대사면을 발표한 것은 8차례에 이르지만 70년대 후반 이후엔 처음이기 때문. 북한이 김일성(金日成) 주석 탄생 90주년 행사에 그만큼 큰 의미를 부여한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북한의 이번 대사면 조치는 일단 ‘안’을 겨냥한 것 같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대사면을 통해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인덕(人德)정치’와 ‘광폭(廣幅)정치’를 보여줌으로써 경제난에 지친 주민들을 달래보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북한은 동시에 ‘밖’도 의식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대사면은 최근 북한에 대한 국제적인 인권개선 요구를 차단하기 위한 대응책으로서의 성격도 짙다는 점에서다.

올해 급진전된 유럽연합(EU)과 북한간의 수교협상 과정에서도 서방국가들은 북한의 인권환경 개선을 강하게 요구했다. 또 제임스 릴리 전 주한미국대사 등 대(對)한반도 정책에 영향력이 있는 인사들로 구성된 미국 북한인권위원회가 10월 출범하는 등 국제사회의 요구는 점차 거세지고 있다.

특히 내년 미국이 주도하는 2단계 대테러전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북한으로서는 사소한 시빗거리라도 미연에 방지하려 할 것이라는 게 정부 관계자들의 얘기다.

문제는 사면의 내용과 규모. 북한이 정치범까지 포함시킨 대규모 사면을 실시할 경우에는 인권문제에 대한 외부세계의 목소리를 어느 정도 잠재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생계형 범죄자들만 사면할 경우 여전히 북한의 인권문제는 내년에도 국제사회의 이슈로 남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영식기자>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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