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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2월 18일 19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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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은 이날도 국정원의 특수활동비와 청사유지관리비 대공수사비 등에서 360억원을 삭감할 것을 거듭 요구했고, 민주당은 정보기관의 특성상 예산 삭감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맞섰다.
회의에 앞서 김덕규(金德圭) 위원장은 “20일 본회의에서 내년 예산안을 처리하기로 돼 있는 만큼 오늘은 어떤 일이 있어도 국정원 예산안을 합의처리하겠다”며 여야 간 의견조율에 나섰다. 그러나 이견은 조금도 좁혀지지 않았고 장외 논전만 계속됐다.
논의과정에서 한나라당 강창성(姜昌成) 의원은 “국정원이 정치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지만 ‘진승현 게이트’를 보면 지난해 총선자금 분배에 앞장선 사실이 드러났다”며 “내년의 양대 선거를 앞두고 국정원의 국내정치 개입에 사용될 가능성이 있는 특수활동비는 절대로 통과시켜 줄 수 없다”고 못박았다.
민주당 간사인 문희상(文喜相) 의원은 “내년 국정원 예산이 긴축 편성된 데다 정보기관 예산 삭감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한나라당 요구대로 특수활동비를 깎는 대신 대(對) 테러 예산을 증액해 총액은 원안대로 의결하자”고 협상안을 제시했으나 한나라당이 수용을 거부, 협상이 결렬됐다.
합의 처리가 무산되자 여야 의원들은 향후 본회의 처리 방안을 놓고 다시 논란을 벌였다.
민주당 의원들은 “오늘 합의처리가 되지 않으면 더 이상 예산안을 심사할 시간적 여유가 없는 만큼 국회의장의 본회의 직권상정이 불가피하다”고 한나라당 측을 압박했지만 한나라당 의원들은 “법적으로 국정원 예산안만 별도로 떼어내 직권 상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반박했다.
이에 민주당 문 의원은 “직권 상정이 불가피하지만 전례가 없는 일이라 고민스럽다”고 곤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비공개가 원칙인 국정원 예산을 본회의에서 공개적으로 심사할 수도 없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다.
결국 여야는 19일 다시 회의를 열기로 했다. 그러나 여야 어느 한쪽의 양보 없이는 타결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 국정원 예산안에 대한 예비심사 자체가 무산되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김정훈·부형권기자>jng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