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 국고보조금 감사 중단 전말]버티고…치받고…악전고투

  • 입력 2001년 12월 18일 19시 12분


"오죽하면 현장 감사를 중단했겠느냐."

여야 정당의 국고보조금 사용실태에 대한 현장감사에 참여했던 감사원의 한 관계자는 18일 거래업소들의 협조 거부를 이유로 들며 '정치권 돈'의 쓰임새를 감사하는 작업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현장감사팀이 정당에 영수증을 발행한 음식점이나 업체들 가운데 비교적 금액이 많고 허위발행 혐의가 짙은 업소들을 찾아갔지만 대부분 주인은 사라지고 종업원들만 나타나 "전혀 모른다"로 일관했다는 것.

감사 관계자는 "정당 재정국의 경리담당자들이 사전에 업소측에 '경계령'을 내렸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결국 이런 사정 때문에 감사원은 현장감사 불능 결정을 내리고 국세청 신고액과 대조해 영수증 허위발행 여부를 따지는 '자료 감사'로 한정했다는 것.

그러나 감사원이 여야 정치권을 의식해 정당 국고보조금에 대한 실질적인 감사를 사실상 포기 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선관위 측도 "감사원이 적절한 수준에서 감사범위를 조정한 것 아니겠느냐"고 해석했다. 한 관계자는 "감사원이 초기엔 매우 의욕적으로 현장감사를 실시하려 했으나 어려움에 부닥치고 정치적 부작용까지 우려되자 중도에 그만두기로 한 것"이라고 귀띔했다.

올 7월 선관위의 정당 국고보조금 실사 당시 선관위도 악전고투했다는 후문이다. 의심스러운 부분을 정당 내부자료와 대조해보고 거래업체를 조사한 뒤 정당 관계자에게 확인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신경전을 벌일 수밖에 없었다는 것. 이번 감사에서도 감사원은 야당 측과 마찰을 빚을 뻔했다는 게 선관위 측의 전언이다.

한나라당이 정기국회 회기가 지난 시점에 갑자기 선관위에 대한 감사원의 직무감찰을 배제하는 내용의 감사원법 개정안을 제출한 것도 이번 감사원의 정당 국고보조금 감사를 둘러싼 마찰 기류와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 많다.

감사원 관계자는 "국고보조금 감사는 직무감찰이 아닌 회계검사 영역이기 때문에 선관위에 대한 직무감찰이 배제된다 해도 정당 국고보조금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 권한은 여전히 남는다"며 "한나라당이나 선관위가 뭔가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성원 이철희기자>swpar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