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련 “배신”…2野공조 냉기류

  • 입력 2001년 12월 3일 18시 22분


“한나라당이 자민련을 당으로 취급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왕권 승계가 확정된 세자보다 더 세도를 부리고 있다.”

한나라당이 3일 교원정년 연장 법안(교육공무원법 개정안) 강행처리 방침에서 한 발 물러서자 자민련의 정진석(鄭鎭碩) 대변인은 노골적으로 ‘배신감’을 토로했다.

그는 “교원정년 연장안은 한나라당이 자민련과 공조해 심도 있는 협의를 거쳐 결정된 것”이라며 “필요하다면 국민을 설득해서 관철시켜야 할 책임 있는 제1당이 내년 대선의 유·불리만 따지며 중심을 못 잡고 있다”고 발끈했다.

한나라당이 방송법 개정안 중 핵심인 방송위원 추천방식을 현행대로 유지키로 방침을 바꾼 것도 자민련을 자극했다.

정우택(鄭宇澤) 정책위의장은 당5역회의에서 “방송의 중립성을 위해 방송위원 중 대통령 추천 몫을 없애자는 것은 당초 한나라당의 제의로 문안까지 협의를 끝낸 사안인데도 한나라당이 일방적으로 이를 뒤집은 것은 벌써 집권 이후를 생각하기 때문인 것 같다”고 보고했다.

당직자들은 특히 제1당 몫의 방송위 상임위원을 늘리자는 한나라당의 주장에 대해 “몰염치의 극치”라고 성토했다.

자민련은 한나라당이 차기 집권을 위해 2야 공조보다는 이회창(李會昌) 총재와 김대중(金大中) 대통령 간의 새로운 관계 구축에 골몰하고 있는 것 아니냐며 ‘밀월 의혹’까지 제기했다.

반면 민주당은 한나라당의 태도 변화를 환영했다. 민주당 이낙연(李洛淵) 대변인은 “원내 다수의 힘으로 국민 절대 다수의 여론을 짓누르려 했던 한나라당과 이회창 총재가 마침내 국민여론 앞에 승복했다”고 말했다. 그는 아예 교원정년 연장안을 백지화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박성원기자>s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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