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예비주자 '후원회 정치']2만명 동원에 최소 10억 쓴다

  • 입력 2001년 11월 21일 18시 57분


민주당의 일부 대선예비주자들이 1만∼2만명의 대규모 인원을 동원한 후원회를 경쟁적으로 개최하자 ‘구시대적 세몰이 정치’라는 비판이 비등하고 있다.

올 4월 이인제(李仁濟) 상임고문이 서울 삼성동 코엑스 컨벤션홀에서 1만2000여명이 참석한 후원회를 연뒤 이달에는 김중권(金重權) 한화갑(韓和甲) 상임고문이 각각 2만여명 규모의 대선출정식을 겸한 후원회를 가졌다.

이 정도 규모는 아니지만 노무현(盧武鉉) 상임고문도 최근 2000∼3000명 정도가 참석한 후원회와 단합대회를 대구와 전북 무주에서 각각 열었다.

▼"돈 안 집어주면 오겠느냐"▼

▽대규모 후원회 비용 얼마나 드나〓2만명 이상이 동원되는 후원회를 한번 치르는 경비는 기본행사경비 2억원을 포함해 최소한 10억원 가량 든다는 게 이벤트사 관계자들의 추산이다.

우선 기본행사경비의 경우 △연예인 섭외비 3000만∼5000만원 △대형무대 설치 3000만원 △영상물 제작 2000만원 △현수막 등 각종 장식 비용 1000만∼2000만원 △도우미 등 진행요원 비용 1000만원 △레이저 등 특수효과 비용 1000만원 등에다 참가자 기념품(다과류) 3000만원 △대관료(체육관의 경우 500만∼600만원선)를 합하면 어림잡아 2억원에 육박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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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는 지구당별로 당원들을 동원하는 막대한 비용에 비하면 ‘새 발의 피’다. 한 대선예비주자 진영의 조직담당자는 “실제 지출의 상당부분은 조직동원 비용”이라면서 “40명 기준 관광버스 1대에 식대까지 포함하면 통상 100만원 정도 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런 기준으로 보면 지구당 1곳에 300만원 정도가 든다. 여기에 지구당 위원장에게 주는 100만∼200만원의 사례금을 포함하면 전국적 규모의 행사를 한번 치르는 데 10억원 정도가 든다”고 실토했다.

실제로 올들어 대선출정식을 겸해 대규모 후원회를 치른 한 여권주자 진영은 기본행사비용 외에 지구당별로 200만원씩의 동원비를 돌렸으며 별도로 3000원짜리 도시락 1만여명분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선거가 없는 해의 경우 1인당 3억원까지 후원금을 걷어 쓸 수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대규모 후원회 개최를 위해서는 ‘비공식 후원금’을 받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결론이다.

한편 이런 대규모 행사를 치르는 과정에서 특정 대선예비주자 진영과 각 지구당 위원장의 친소 관계에 따라서는 지구당 위원장을 배제하고 다른 조직책과 ‘직거래’하는 경우도 발생, 잡음이 생기는 경우도 비일비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선예비주자의 측근은 “버스 타고 오는 사람들이 대부분 집에 있는 아줌마, 아저씨, 할머니, 할아버지들인데 단돈 1만원이라도 안 집어주면 오겠느냐. 이런 식으로 경선 끝까지 가려면 얼마나 더 들어갈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고비용 정치 비판 봇물〓이런 구시대적인 행태에 대해 당내에서조차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신문에 ‘몇만명 모여’라는 한줄을 넣기 위해 돈 경쟁, 규모의 경쟁을 벌이고 있다. 정말 이 같은 행태는 사라져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다른 당직자는 “아무리 대선예비주자라고 하지만 ‘중앙당 전당대회’보다도 더 큰 규모의 후원회 행사를 치러도 되는 것이냐”고 성토했다.

한 대선예비주자의 조직참모는 “‘이런 식으로 돈 쓰지 말자’고 공개 제의하고 싶지만 그러면 대의원들이 싫어하기 때문에 그런 말을 먼저 할 수가 없다.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다”며 “솔직히 대의원들은 지금이 대목인데 그런 식으로 ‘재를 뿌리는’ 주자를 좋아하겠느냐”고 토로하기도 했다.

▼특대위 제재방안 곧 마련▼

▽대책은 없나〓민주당 내에서는 주자들끼리 ‘돈 안쓰기 선언’을 하든지, 당이나 ‘당 발전과 쇄신을 위한 특별대책위원회’가 강력한 제재방안을 마련하든지 등 특단의 대책이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갈수록 힘을 얻고 있다.

이와 관련, 특대위는 기부행위나 인원동원을 금지하고 모든 당내 경쟁을 공조직을 통해 하도록 하며 이를 위반할 경우 제재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의 특별 규정을 만들어 조만간 당무위원회에 상정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정치법학연구소 박상철(朴相哲·경기대 교수) 소장은 “요즘 대선예비주자들의 후원회는 사조직 직능단체 종교단체 등이 총동원돼 당의 구심력을 오히려 해치는 소모적 행사인 것 같다”며 “민주당이 하루 빨리 후보 경선의 틀을 잡지 못할 경우 국민의 관심과 기대와 전혀 상관없는 ‘그들만의 행사’에 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용관·윤종구·부형권기자>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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