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장관급회담 진통]北 "南 비상경계 이달중 풀어라"

  • 입력 2001년 11월 11일 18시 33분


남북은 사실상 6차 장관급회담 마지막 날인 11일에도 남한의 비상경계태세에 대한 인식 차를 좁히지 못한 채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 특히 북한측은 남한 당국의 비상경계조치 및 군사훈련이 북한을 직접 겨냥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회담 선결과제로 제시한 비상경계조치 해제요구에서 한발도 물러서지 않았다.

이 같은 북한측의 완강한 입장 때문에 남측이 제기한 4차 이산가족 일정협의 등 5차장관급회담 합의사항에 대한 이행일자 조정문제는 제대로 협의조차 못한 채 무산위기에 놓이게 됐다.

우리 대표단은 북측이 이 같은 입장을 12일 출발 전까지 계속 고집할 경우 다른 대안이 없는 만큼 ‘후일을 기약한다’는 입장을 최종적으로 정리할 방침이다. 문제는 아직 북한이 비상경계태세 문제를 고집한 것이 단지 회담기간 중 남측을 압박하기 위한 것이었는지, 아니면 이번 회담에서는 북측의 선명한 입장만을 강조한 뒤 다음 회담을 기약하자는 것인지가 분명치 않다는 점.

때문에 우리 대표단은 금강산을 출발하는 12일 아침까지라도 북을 설득하는 데 최선을 다한다는 입장 아래 한 가닥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 북한측의 비상경계태세에 대한 강경한 입장은 두 갈래로 해석된다.

우선 북한 대표단이 회담 초기에 기선을 잡는 동시에 이번 회담을 통해 내부 강경세력의 불만을 무마하는 기회로 활용했을 가능성이다. 북측이 회담 첫날인 9일 이미 남측 국방백서에 제시된 ‘주적(主敵)’ 개념 및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을 겨냥한 듯한 비난발언 등을 쏟아부은 것도 이런 분석을 가능케 한다.

한편으로는 북한이 애초부터 이번 회담을 북측의 입장만을 선전하는 장(場)으로 활용하려 했을 가능성도 크다. 미국의 대 테러전쟁으로 북-미 대화 전망이 요원하다는 점을 감안해 남북대화만을 진전시킬 필요성이 없다고 판단했다는 분석이다. 현재로는 이 가능성이 커 보이며 이 경우 북한은 이번 회담이 종료될 때까지 비상경계태세를 트집잡아 비난공세를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남측은 여의치 않을 경우 공동보도문에서 남북의 입장을 간략히 적시한 뒤 추후 회담 일정을 밝히는 정도의 선에서 회담을 종료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6차 장관급회담 남북간 입장 차이
주요 내용
평화 유지 위한 조치비상경계조치 인식북측을 겨냥한 것
방어적 성격의 훈련남측의 군사훈련북을 주적으로 간주한 도발
11월 하순 동시 교환4차 이산가족방문 일정비상경계조치 해제 후 논의
조속한 재개5차회담 합의사항 일정
12월 서울 개최7차회담 개최비상경계조치 우선 해제

<김영식기자>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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