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구 획정 헌법 불합치 결정 파장]여야 초긴장

  • 입력 2001년 10월 25일 18시 41분


헌법재판소가 25일 현 국회의원선거구 획정방식에 대해 헌법불합치 판정을 내림으로써 헌재가 정한 유예시한인 2003년 말까지 선거구의 전면 재조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무엇보다 새로 조정될 선거구가 ‘헌법합치’ 판정을 받기 위해서는 적어도 3 대 1 아래로 조정이 돼야 하는 만큼 지역구 사정에 따라 국회의원들의 명암이 크게 엇갈릴 수밖에 없게 됐다.

우선 인구편차가 줄어들 경우 가장 쉽게 예상되는 변화는 인구가 많은 대도시의 선거구 증가와 인구가 적은 농촌지역의 선거구 감소다. 그러나 막상 각 정파간의 이해득실은 인구상한선과 하한선을 어떻게 결정하느냐에 따라 구체적으로 엇갈릴 전망이어서 협상과정에서 한 석이라도 자당에 유리한 결과를 얻어내기 위한 줄다리기와 ‘게리맨더링’이 나타날 가능성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시민단체 등에서는 벌써부터 “이번만은 이해당사자인 정당을 배제하고 객관적인 제3기관을 구성해 선거구를 공정하게 획정하자”는 소리가 나오고 있으나 선거구획정이 각 정파는 물론 의원 개개인의 사활적 이해가 걸린 사안인 만큼 실현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현행 소선거구제에 대한 회의론도 다시 고개를 들 것으로 보인다. 특히 2개 이상의 시군이 한 선거구를 이루고 있는 복합선거구 출신 국회의원들은 “이럴 바에야 차라리 중대선거구로 제도를 바꾸자”고 주장한다.

전북 진안-무주-장수 출신인 민주당 정세균(丁世均) 의원은 “인구 등가성만을 기준으로 선거구를 획정하면 가뜩이나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농어촌을 정치적으로 누가 대변할 것인가 하는 지역대표성의 문제가 생긴다”며 “차라리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하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북 칠곡의 한나라당 이인기(李仁基)의원도 “인구편차를 1 대 3으로 하더라도 농촌지역의 경우 5개군을 합쳐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며 “인구편차를 좁혀나가되 지역대표성도 함께 고려해 충분한 시간을 두고 조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대도시출신 의원들은 대체로 환영하고 있다. 서울 중랑갑의 민주당 이상수(李相洙) 의원은 “이번 헌재 결정을 계기로 의원들의 이해관계를 뛰어넘어 보다 등가성 높은 제도가 마련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윤영찬·윤종구기자>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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