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국회파행 책임공방 극한대치

  • 입력 2001년 10월 13일 18시 49분


한나라당 안택수(安澤秀) 의원의 ‘대통령 사퇴 촉구’ 발언으로 야기된 국회 파행 사태에 대해 여야는 13일 서로 상대 당에 책임을 전가하면서 “절대 양보할 수 없다”며 고집을 부리고 있다.

그러나 이만섭(李萬燮) 국회의장이 “15일에는 반드시 국회를 열겠다”고 밝히고 있고 여야 모두 정쟁에만 몰두한다는 비난 여론을 의식하고 있어, 14일과 15일 총무회담에서 전기가 마련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민주당

안택수 의원 발언에 대한 명시적 사과, 속기록 삭제, 야당의 재발 방지 약속 등 3가지 요구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대정부 질문을 속개할 수 없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이상수(李相洙) 총무는 13일 “국회가 2, 3일 더 공전되더라도 여야가 더 나은 관계로 올라갈 수 있다면 국민 비난을 감수하려고 한다. 이번 기회에 정치공세만 일삼는 야당 태도를 반드시 바로잡겠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의 따가운 시선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국민에게는 송구스럽지만, 이런 식으로 대정부 질문을 해봐야 무슨 의미가 있느냐. 이건 질의가 아니라 공격이다”고 답변했다.

이 총무는 일본 총리의 국회 방문(15일)에 맞춰 국회가 정상화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서도 “그 문제와 국회 일정은 별개다”고 일축했다.

이날 고위당직자회의에서 김명섭(金明燮) 사무총장은 “야당이 먼저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이날 당3역 회의에서 참석자들은 속기록 삭제, 이재오(李在五) 원내총무의 유감 표명 이상의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기존 방침을 재확인했다.

김기배(金杞培) 사무총장은 “이번 국회 파행의 원인 제공자는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므로, 김 대통령이 파행 사태에 대해 ‘죄송하다’고 해야 한다”며 “국회의원이 국회에서 말도 못한다면 국회 문을 닫자는 것이냐”고 주장했다.

이 총무는 “한나라당과 자민련의 ‘2야(野) 단독 국회 진행’도 불사하겠다”며 “이제 모든 것은 이만섭 의장 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상수 총무와 언제 만날 것이냐”는 질문에 “이 총무는 ‘협상이 이미 내 손을 떠났다’고 하는데 뭐 하러 만나나. 그렇다고 내가 대통령을 직접 만날 수도 없고…”라고 답변했다.

또 권철현(權哲賢) 대변인은 “청와대와 민주당이 국회 대정부 질문 과정에서 ‘이용호 게이트’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증폭되는 것을 우려해 국회 무력화 전략을 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15일 의원총회를 열어 당의 최종 방침을 정할 예정이다.

<송인수·윤종구기자>i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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