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YS-JP 미묘한 삼각 관계

  • 입력 2001년 10월 7일 18시 53분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와 자민련 김종필(金鍾泌) 명예총재, 그리고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은 현 정권에 비판적이라는 점에서는 차이가 없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이들이 대여(對與) 투쟁에 공조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비슷하면서도 다르고, 가까우면서도 먼 이들 야권 세 수뇌의 미묘한 삼각 관계를 점검해본다.

▽이 총재와 JP〓5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한나라당의 한 중진의원은 자민련 이완구(李完九) 총무에게 다가가 귓속말로 “솔직히 이 총재가 왜 교섭단체 요건(원내 20석)을 완화해 주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혀를 찼다. 잠시 후 한나라당의 한 부총재도 이 총무에게 “이럴 때 교섭단체 문제를 해결해 줘 JP와 손을 잡고 정국을 주도해야 하는데 이 총재가 정치를 몰라도 너무 모른다”고 말했다.

이에 반대하는 이 총재측 논거는 두 가지. 하나는 자민련이 교섭단체가 못 된 것은 작년 4·13 총선의 민의여서 고칠 수 없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자민련을 이대로 놔두면 충청권에서 고사(枯死)할 텐데 굳이 생명을 연장시켜 줄 까닭이 없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JP와 덜컥 손을 잡았다가 수구 반동 연합으로 몰릴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는 듯하다. 또 남북문제와 관련해서는 당내의 보수와 진보 양 진영을 다 아울러야 할 처지에 있는 이 총재로서는 교섭단체 요건을 완화할 경우 자민련보다도 당내의 한쪽 세력이 ‘딴 살림’을 차릴 가능성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JP와 YS〓9일 대구에서 열리는 자민련 전당대회에는 한나라당 박종웅(朴鍾雄) 의원이 참석해 YS의 축사 메시지를 낭독할 예정이다. 박 의원은 “비록 직접 참석하는 것은 아니지만 김 전 대통령이 축하 사절을 보내는 것은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 앞으로 두 분의 관계는 좋을 것”이라고 전했다.

5일 JP와 저녁 식사를 같이 했던 이수성(李壽成) 전 국무총리는 바로 다음날 저녁 서울 상도동 자택으로 YS를 방문하기도 했다.

관심은 두 사람의 관계가 신당 창당 등 정치적 결사체 구성 수준으로 이어지겠느냐는 것. 이에 대해선 양측 모두 일단은 회의적이다. 자민련 내에서도 “YS와 연대했다가는 주객이 전도될 수 있다”는 말이 많고, YS측도 “김 전 대통령이 앞으로 남북 문제 등에서 JP와 공동 보조를 취할 것으로 보나 신당 창당 등에 대해선 직접 관여할 문제는 아니라고 보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 총재와 YS〓이 총재는 지난달 여야 영수회담을 앞두고 각계 원로 인사들을 만나겠다고 밝힌 뒤 YS보다 JP를 먼저 만났다. 이 총재는 겉으로는 YS를 극진히 예우하는 모양새를 취하면서도 실제로는 고개를 숙이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게 측근들의 전언. YS가 대북문제 등과 관련해 이 총재에게 여러 차례 강경 대처를 주문했지만 이 총재가 시원시원하게 수용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은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얘기다.

이러다 보니 이 총재에 대한 YS의 감정은 좋아지지 않고 있다. 박 의원이 언론탄압에 항의하는 단식을 20일만에 마치던 날 YS는 박 의원 사무실에서 이 총재를 만났지만 눈길 한번 주지 않고 이 총재를 외면했다. 박 의원은 이 총재와 YS의 관계에 대해 “우리로서 할 일은 다 했고 이 총재가 할 일만 남아 있다”고 말하고 있다.

<송인수·박성원·김정훈기자>i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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