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대신 대언론소송 주도 국정홍보처 월권행위 제동

  • 입력 2001년 9월 29일 00시 31분


법원이 ‘국정홍보처는 정부를 대신해 반론보도를 청구할 자격이 없다’고 밝힌 28일의 판결은 소송 체계나 정부조직 체계상 당연한 원칙을 재확인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조직법상 국정홍보처는 ‘국정홍보와 정부 내 홍보업무 조정, 국정에 관한 여론수렴 및 정부발표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게 되어 있다.

또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소송에 관한 법률’은 국가기관이 피해를 본 경우 법무부를 통해 소송을 제기하거나 소송에 대한 방어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어느 모로 보나 국정홍보처가 ‘정부가 입은 피해’(정확히 말하면 ‘정부가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 ‘정부를 대신해’ 소송을 내는 것은 맞지 않는다.

국정홍보처가 소송을 내면서 내세운 근거는 ‘정부발표에 관한 사무 관장’이 자신의 업무라는 것. 따라서 정부발표에 관한 보도에 대해 반론보도를 청구하는 권리도 자신에게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정부발표에 관한 사무 관장이란 ‘정부의 대외적 공표행위를 수행할 수 있다는 점’에 그칠 뿐이며 이를 근거로 정부와 관련된 사항에 대해 반론보도청구권이 부여됐다고 볼 수 없다”고 분명히 밝혔다.

국정홍보처가 ‘당사자 적격(適格)’의 근거로 내세운 또 다른 근거는 정기간행물 등록법 제16조 7항. 95년 12월 법 개정 때 신설된 이 조항은 ‘국가, 지방자치단체, 기관 또는 단체의 장은 그 업무에 대해 반론보도를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이 조항도 좁게 해석했다. 같은 법 16조 1항에서 반론보도는 ‘공표된 사실적 주장에 의해 피해를 받은 자’가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자신이 피해자인 경우에만’ 반론보도를 청구할 수 있다고 한 것이다. 따라서 정부의 한 기관인 국정홍보처가 ‘별도의 주체’인 정부의 피해를 이유로 반론보도 청구를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다만 재판부는 정부 그 자체 또는 정부기관이 아니라 ‘국정홍보처 자신’이 피해를 본 경우에는 국정홍보처도 그 사안에 대해 반론보도를 청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수형기자>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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