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 32명 연이틀 군사분계선 넘었다

  • 입력 2001년 9월 28일 15시 59분


북한군이 지난 20일 강원 고성지역의 비무장지대(DMZ)내 군사분계선(MDL)을 월경하기 하루전인 19일에도 강원 철원지역의 MDL을 넘어와 아군의 경고사격을 받고 물러난 것으로 밝혀졌다.

28일 국방부에 따르면 북한군 20명은 19일 오전 11시25분경 강원도 철원군 근남면 DMZ 내에서 하천을 따라 남하하다 오후 1시경 MDL을 40m 가량 월경했으며, 아군이 경고방송에 이어 경고사격(9발)을 실시하자 25분만에 복귀했다.

20일 오전에도 강원도 고성군 수동면 DMZ 내에서 정찰활동을 하던 북한군 12명이 MDL을 20m 가량 넘어왔다가 아군의 경고사격(5발)을 받고 1분만에 돌아갔다. 이날 북한군이 월경한 곳은 금강산 육로관광을 위해 도로연결이 예상되는 7번국도에 인접한 지점이다.

북한군이 MDL을 넘어오거나 아군에 총격을 가한 것은 98년 6월 북한군이 남측 초소에 오발사격을 가한 이후 처음이다. 특히 북한이 20일 대남 확성기방송을 통해 "무모한 도발행위에 천벌적 타격으로 보답하겠다"는 등의 비난방송을 한 것은 지난해 남북정상회담 이후 양측 군당국끼리 비방방송을 중지했던 점에 비춰볼 때 이례적이다.

유엔군사령부는 22일 정전위 특별조사반의 현장조사를 통해 북한군의 월경사실을 확인하고 북측에 정전위 비서장급 접촉을 제의했으나 북측은 전통문 접수를 거부했다.

황의돈(黃義敦) 국방부 대변인은 "군은 이번 사건을 은폐할 의도가 전혀 없었다"며 "MDL 인근에서 하루에도 양측이 수백명씩 작전활동을 벌이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북한군의 단순한 실수로 판단해 공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철희기자>klimt@donga.com

▼野 "왜 미리 공개안했나"▼

한나라당 장광근(張光根) 수석부대변인은 28일 무장한 북한군이 비무장지대(DMZ)내 군사분계선을 침범한 데 대해 “북한군이 두 차례나 군사분계선을 넘었는데 군 당국이 이를 비밀로 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며 김동신(金東信) 국방부장관의 사퇴를 요구했다.

장 부대변인은 성명을 내고 “정부는 햇볕정책으로 남북 평화가 정착됐다고 했으나 이번 사건으로 정부 주장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며 “북한 미화(美化)에 앞장서 온 김 장관은 이번 사태의 책임을 지고 즉각 물러나야 하고 대통령은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인수기자>i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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