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승인과정 문제 없었나]범민련-한총련, 소속바꿔 방북신청

  • 입력 2001년 8월 21일 18시 32분


평양 ‘8·15 민족통일대축전’에 참여했던 남측 대표단이 21일 귀환했지만 후유증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정부의 방북 승인 과정에 대한 문제가 다시 거론되고 있고, 이를 둘러싼 검찰과 통일부간 ‘네탓 공방’까지 나오고 있다.

▽방북승인의 문제〓평양 통일대축전 남측 추진본부가 통일부에 343명의 방북신청서를 접수한 것은 10일 밤이었다. 정부는 그러나 ‘통일대축전행사를 조국통일 3대헌장 기념탑에서 하겠다’는 북측 입장을 확인, 고려연방제 등을 상징하는 기념탑에서의 행사는 문제가 있다고 보고 방북을 불허키로 했다.

정부가 이런 방침을 밝힌 13일 저녁 북한측이 추진본부측에 긴급 전문을 보내 ‘남측 대표단이 행사를 참관만 해도 좋다’고 통보하자 정부는 행사를 하루 앞둔 14일 오후 방북을 전격 승인했다.

추진본부 대표가 ‘기념탑 행사에는 불참하겠다’는 각서를 쓴 데다 방북을 허용하지 않았을 때 북한측의 대남 비난으로 남북관계가 어려워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평양을 방문한 대표단 중 일부는 이런 각서를 쓴 사실조차 몰랐다. 그래서 일부 인사들은 기념탑에서 열린 개막식에 참석했고, 일부는 김일성(金日成) 주석의 생가인 만경대에서 북측의 통일론을 수용하는 듯한 내용의 글을 방명록에 남김으로써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꼬이고 말았다.

▽검찰-통일부 책임공방〓정부가 국가보안법상 이적단체로 규정한 범민련 남측본부와 한총련 관계자들이 다른 단체의 이름으로 방북을 신청해 승인을 받은 뒤 평양 현지에서는 범민련과 한총련 이름으로 활동한 것이 확인되고 있다. 정부의 신원확인 과정에 큰 구멍이 나 있거나, 알면서도 눈감아주지 않으면 어려운 일이다. 검찰과 통일부는 그 책임을 놓고 ‘네탓 공방’을 벌이고 있다.

검찰측은 “친북성향의 인사들, 특히 국가보안법 위반 전과자나 이적단체 회원들의 방북을 불허해야 한다는 입장을 사전에 여러 차례 통일부에 전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함께 6월15일 북한 금강산에서 열린 ‘민족통일 대토론회’ 때도 법무부가 불허 의견을 제시한 한총련 관계자 10명에 대해 통일부가 방북을 허가했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그러나 통일부 당국자는 “방북단 승인은 검찰·경찰·국정원 등 관계기관의 협의를 거쳐 이뤄진 것이며, 검찰이 범민련 등 관계자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 당국자는 “통일부는 현실적으로 누가 한총련 소속인지 알기 어려우며, 사법당국이 이의를 달 경우 승인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청와대 관계자는 “통일부 실무자가 다른 사람 탓을 한다는 얘기도 있던데 통일부가 남의 탓을 하면 되느냐”며 “누가 누구를 탓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김영식기자>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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