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발 악재'에 물건너간 보안법 개정

  • 입력 2001년 8월 20일 18시 36분


한나라당과 자민련의 강력한 반대로 난항을 겪어온 국가보안법 개정이 또다시 평양 ‘8·15 민족통일대축전’에 참가한 남측 대표단 일부 인사들의 돌출행동이라는 악재를 만나 ‘이제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얘기가 정치권 주변에서 많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국보법 개정은 다수 국민의 동의가 필요한 사안이어서 남북관계의 호전을 기대하며 여론 동향을 면밀히 살펴왔는데 이번 일로 더 어려운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또 김성호(金成鎬) 의원은 “남측 대표단 일부 인사들의 돌출행동에 대해 국민도 불합리하다고 생각하는 만큼 이번 사건은 국보법 개정 작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게 분명하다”고 말했다.

공동여당인 자민련의 반응은 더욱 냉담하다. 자민련 김종필(金鍾泌) 명예총재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도대체 이해가 안가는 짓들을 하고 있다”고 불만을 표출했고 이완구(李完九) 원내총무는 국보법 개정 문제가 ‘한나라당과의 선택적 협력’ 사안의 하나임을 공개 거론했다.

한나라당도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김기배(金杞培) 사무총장은 “엄연히 국보법이 살아있는데도 북측 통일방안에 동조하는 듯한 행태를 보이는데 법이 개정되거나 폐지된다면 어떻게 나오겠느냐”며 “현 시점에서 국보법 개정은 도저히 있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민주당이 더욱 우려하는 것은 남측 대표단 귀국 후 벌어질 사태. 한 관계자는 “이번 일로 연내는 고사하고 김대중(金大中) 대통령 재임 중 개정도 어려워진 듯하다”고 말했다. 일부 돌출행위자에 대한 처벌 여론이 고조될 경우 국보법 개정은 당분간 말을 꺼내기도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문철기자>full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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