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국세청 방문 "서울청장 왜 도망갔나"

  • 입력 2001년 7월 19일 18시 56분


언론사 세무조사에 대한 현장조사를 위해 19일 서울지방국세청을 방문한 한나라당 언론자유수호비상대책특위(위원장 박관용·朴寬用) 및 언론국정조사준비특위 위원들은 “손영래(孫永來) 청장의 ‘꽁무니 빼기’에 분통을 터뜨렸다.

한나라당 특위 위원 10여명이 버스편으로 서울지방국세청장실에 도착한 것은 오전 11시경. 그러나 손 청장은 보이지 않았다. 직원들은 “27일까지 부가세 확정신고기간이라 청장이 현장순시 나갔다”고 설명했다.

특위 위원들은 “이보다 중요한 일이 어디 있느냐”며 “빨리 불러오라”고 호통을 쳤으나 직원들은 계속 “연락이 닿지 않는다”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 “조금 전까지 강동세무서에 있다 나갔다”며 시간을 끌었다.

화가 난 박종희(朴鍾熙) 의원은 “청와대에서 찾아도 이러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고, 이병석(李秉錫) 의원은 “본 청장도 조사를 받았는데, 아래에 있는 서울청장이 도망가느냐”고 다그치기도 했다.

특위 위원들은 “손 청장이 올 때까지 기다리겠다”며 청장실 옆 대회의실에서 오후 늦게까지 농성을 벌였다.

특위 위원들은 직접 손 청장과 통화를 시도했으나 손 청장과 운전기사의 휴대전화 전원이 꺼져 있어 실패했고, 직원들에게 손 청장의 일정과 차량운행일지 등을 요구했으나 제출받지 못했다.

이들은 정오경 안정남(安正男) 국세청장에게 따지기 위해 같은 건물 14층의 국세청장실로 올라가려 했지만, 국세청측은 14층에 엘리베이터가 서지 못하도록 막았고, 비상계단도 닫아놓았다.

특위 위원들은 거세게 항의하면서 국세청장실로 밀고 올라갔으나 직원들은 “청장님이 금방 나가셨다”고 면담을 막았다. 안 청장은 그러나 12시 반경 청사 밖으로 나가는 것이 목격됐다.

특위 위원들은 주문식사로 점심을 때운 뒤 오후 늦게까지 농성을 계속했다. 이재오(李在五) 원내총무는 “국세청장에 이어 서울청장까지 무례하고 고압적 자세로 나온 것은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문제삼겠다”면서 “손 청장이 안 나타나면 진념(陳稔) 재정경제부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내겠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선대인기자>eod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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