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미사일엔진 시험배경]"마냥 안기다린다"美압박 제스처

  • 입력 2001년 7월 4일 18시 28분


미국은 3일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엔진 시험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긴 했지만 특별히 놀랍다는 반응은 보이지 않았다. 대북정찰을 통해 북한의 미사일 관련활동을 충분히 감시해왔기 때문이다.

정부 당국자들도 “특별히 주목할 만한 내용은 아니다”고 말했다. 지난해 초까지 북한이 엔진 시험을 여러 차례 실시한 사실이 외신을 통해 보도됐다는 것.

전문가들은 엔진 시험은 추진체의 연소를 통해 추력(推力) 수치 등을 계산해내는 정(靜)적인 실험으로, 탄두를 실제로 발사하는 동(動)적인 비행 시험과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한 전문가는 “엔진 시험은 미사일 보유 국가가 성능 개량을 위해 주기적으로 하는 활동”이라며 “다만 이번 시험의 의미는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 개발을 계속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미국 관리들은 대포동2호 미사일의 본격 개발 가능성과 관련해 이번 시험을 주목하고 있다. 98년 8월 대포동1호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던 북한이 보다 사거리가 긴 미사일의 개발을 위해 엔진 시험을 실시했을 수도 있다는 것.

그러나 국내 전문가들은 “비록 북한이 미사일 추진체 부분에선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을 수 있으나, 정확한 목표 타격을 위한 유도장치나 대기권 진입을 위한 열처리 기술은 열악하다”며 “현재로선 대포동2호 개발과 직접 연결짓기는 무리”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북한이 이 시점에서 엔진 시험을 실시한 것은 정치적 목적이 강하다는 관측이다. 북한이 조지 W 부시 미 행정부 출범 이후 북-미관계가 교착상태에 빠진 것에 불만을 품고 미국의 반응을 떠보기 위해 엔진 시험을 실시했다는 것이다.

특히 부시 행정부가 ‘검증’을 강조하며 북-미 미사일 협상을 원점에서부터 새로 시작할 의중을 내비치고 있는 데다 북한 미사일 위협을 명분으로 미사일방어(MD)체제를 추진하는 것에 대한 반발이 이번 시험의 동기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워싱턴의 한 외교소식통은 “북한은 북-미관계가 여의치 않을 경우 미사일 프로그램을 재개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라고 말했다.

통일연구원 전성훈(全星勳)연구위원도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진 않겠지만 그저 팔짱 끼고 기다리는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미국측에 알리기 위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철희기자·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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