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위]"피바다사건 왜 즉각조치 못했나"

  • 입력 2001년 4월 23일 18시 26분


23일 국회 정보위에선 재독(在獨) 학자 송두율(宋斗律) 교수의 실체 문제, ‘총풍(銃風)’ 사건, 신건(辛建)국가정보원장의 ‘예측정보 수집’ 문제, 국방일보의 ‘피바다’ 보도 경위 등이 논란이 됐다.

▽송두율 교수의 실체 논란〓한나라당 간사인 정형근(鄭亨根) 의원은 정보위 회의를 마친 뒤 “92년 5월 자수한 간첩 오길남이 독일 유학중이던 85년 11월 ‘송두율로부터 월북 권유를 받았다’고 진술했고, 82년 귀순한 이한영도 ‘송두율은 조선노동당 소속 구라파 위원장이고, 부위원장은 윤이상이다는 말을 김정일(金正日)로부터 직접들었다’고 확인한 바 있다”고 국정원측의 답변내용을 전했다.

신 원장은 정보위에서 “송 교수 입국시 수사한다는 것이 국정원의 일관된 입장이기 때문에 일부에서 주장하는 정책 혼선은 없었다”고 답변했다. 그는 또 “그동안 송 교수가 국내 언론에 게재한 칼럼에 대해 예의 주시하면서 검토해 왔으나 칼럼 내용만으로는 실정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에 정 의원은 “그같은 발언은 임동원(林東源) 통일부장관이 국회 대정부질문 때 ‘송 교수의 칼럼 게재 사실을 몰랐다’고 한 내용과 다르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민주당 문희상(文喜相) 의원 등은 “야당 의원들이 송 교수 문제를 정략적으로 접근한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이들은 신 원장이 “송 교수가 북한 노동당의 정치국 후보위원이라는 결정적 증거가 있지만 이는 나중에 따로 밝히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총풍사건〓한나라당 유흥수(柳興洙) 의원 등은 “법원은 총풍사건을 한성기씨의 우발적 범죄라고 판단했는데, 그동안 이회창(李會昌) 총재가 직접 연루된 것처럼 정치공세를 편 이유가 뭐냐”며 “신 원장이 국정원 2차장일 때 총풍사건을 지휘했으니 책임을 지라”고 요구했다.

이에 신 원장은 “북측에 무력시위를 요청했던 사건의 본질은 달라진 게 없고 ‘허풍(虛風)’이니, ‘부풀린 사건’이니 하는 것은 가공할 사건의 본질을 흐리는 것”이라며 “일각에서 제기하는 고문주장은 처벌을 모면하기 위해 조작된 것이며, 수사동기에 정치적 의도는 없었다”고 답변했다.

문희상 의원은 “신 원장이 20∼30분에 걸쳐 고문 의혹과 ‘사전모의가 없었다’는 2심 판결 내용 등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한 뒤 2심 판결의 사실관계를 바꿔 놓을 결정적 증거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국내 예측정보 강화’ 문제〓한나라당 김기춘(金淇春) 의원 등은 “신 원장이 취임사에서 ‘국내 예측정보를 강화하겠다’고 한 것은 정권 재창출을 위해 사실상 국내 정보수집과 정치사찰을 강화하겠다는 것 아니냐”고 추궁했다.

신 원장은 “정치와 관련된 국내 정보수집 활동을 강조한 사실도 없고 그런 의도도 없었다”며 “취임사에서 언급한 ‘예측’의 의미는 국익 손실 및 대형사고 등에 사전 대처할 수 있는 예방활동 차원의 정보역량 강화를 강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취임 후 처음으로 국회 정보위에 출석한 그는 인사말에서도 “국정원의 정치개입이 있어서는 안되며, 법적 절차를 준수해야 한다는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다”며 “국정원은 정치관여 인권침해 등 오해 소지가 있는 업무관행을 쇄신해왔다”고 강조했다.

▽‘피바다’ 보도 경위〓한나라당 강창성(姜昌成) 의원 등은 “기무사가 사건이 알려진 직후 바로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은 것은 북한을 자극할까봐 그런 것 아니냐”고 몰아붙였다. 김필수(金-洙) 국군기무사령관은 “앞으로 대공수사 용의점을 철저히 수사하겠다”며 “홍보원을 재편해서 사상 무장이 철저히 된 사람들로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선대인기자>eodl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