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향의원들이 전하는 '얼음장 민심'

  • 입력 2001년 1월 2일 18시 34분


연말연시 귀향 활동을 벌인 의원들이 지역구에서 보고들은 민심은 한마디로 ‘최악’이었다. 의원들 대다수가 “정치권에 대한 불만과 경제에 대한 위기의식으로 지역 민심이 거의 폭발 직전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먹고살기 힘들다’는 탄식은 지역별로 차이가 없었다.

장성원(張誠源·민주당·전북 김제) 정우택(鄭宇澤·자민련·충북 진천―괴산―음성) 이주영(李柱榮·한나라당·경남 창원을)의원은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 때보다 더 장사가 안된다는 상인들이 많았다”고 전했다. 김원웅(金元雄·한나라당·대전 대덕)의원도 “어디를 가도 장사가 안돼 전부 다 못살겠다고 아우성이고 실업자도 많아서 ‘희망찬 새해’라는 덕담을 할 수도 없었다”고 전했다. 나오연(羅午淵·한나라당·경남 양산)의원은 “정부를 향해 육두문자를 써가며 건배를 제의하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흉흉한 민심을 헤아릴 수 있었다”고 전하기도 했다.

▽정치권을 질타하는 민성(民聲)도 높았다.

함석재(咸錫宰·자민련·충남 천안을) 정진석(鄭鎭碩·자민련·충남 공주―연기)의원은 “‘16대 국회 개원 후 지금까지 싸움질 말고 뭘 했느냐. 한마디로 너무 한심하다’는 비판의 소리가 높았다”고 전했다. 또 이주영의원은 “시장에 들어가면 ‘정치 좀 똑바로 하라’고 말하는 이들이 너무 많아 시장에 들어서기 겁날 정도였다”고 전했다.

▽궁극적으로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에 대한 불만으로 이어졌다.

천용택(千容宅·민주당·전남 강진―완도)의원은 “경제 불황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호남 여론도 비판 쪽으로 기울었다”며 “대통령이 기대만큼 잘하지 못한다는 예기도 있었다”고 전했다. 장성원의원도 “경제가 어려워진 책임을 대통령에게 돌리는 사람들이 있었다”고 전했다. 정진석의원은 “‘김대통령이 노벨평화상 때문에 너무 남북관계에만 신경을 쓴 게 아니냐. 내치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는 지역 주민들이 지적이 많았다”고 전했다.

▽‘의원 꿔주기 및 꿔오기’에 대해 여야 의원들이 전한 민심은 다소 달랐다.

이병석(李秉錫·한나라당·경북 포항북)의원은 “공무원을 만나보고 시장통을 돌아보니 (비난 여론이) 폭발 직전이었다”며 “다들 ‘정신나간 짓’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김원웅의원도 “대전이 자민련 텃밭인데도 아주 비판적이었다”고 지역 분위기를 전했다.

반면 정진석의원은 “정도(正道)는 아니지만 불가피한 일이라는 반응이 많았다”고 전했고, 장성원의원은 “그렇게 해서라도 정국 안정을 이뤄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고 전했다.

<문철·박성원·선대인기자>full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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