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파문' 91년 이해찬 닮은 꼴

  • 입력 2000년 12월 10일 18시 43분


‘권노갑(權魯甲) 2선 퇴진론’을 제기한 민주당 정동영(鄭東泳)최고위원에 대해 당 안팎에서 격렬한 찬반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논쟁이 격렬하다 보니까 91년 당시 이해찬(李海瓚)의원이 평민당 지도부를 정면 공격했던 일을 연상하는 사람들도 많다.

정최고위원의 발언에 대해 ‘당 바깥’에서는 대체로 “후련하게 말 잘했다”는 평가가 압도적이다. 발언 이후 정최고위원 홈페이지에는 전국에서 찬반양론이 쏟아지고 있는데 7대 3으로 찬성비율이 높은 편이다. 호남지역에서도 지지발언이 이어지고 있다.

7일 대구에서 열렸던 민주당 경북지부 후원회장에서도 정최고위원이 연설할 때는 박수소리가 다른 참석자들이 연설할 때에 비해 몇 배나 컸다.

이해찬의원도 당시 광역의회 선거를 앞두고 공천과정에서의 잡음 등 ‘성역’을 건드리면서 ‘바깥 인기’가 수직 상승했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소장파 의원들의 경우 “할말을 했다”는 입장이지만 당료 출신들을 중심으로 해 부정적인 평가가 많다. 한 당료 출신 의원은 “정치도 사람이 하는 것인데 어떻게 권최고위원에게 면전에서 그렇게 할 수 있느냐. 언론 플레이하는 정치인은 뒤끝이 좋지 않다”고 비난했다.

실제로 7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가 열리는 동안 당료 출신 부위원장 30여명이 몰려들어 정최고위원에게 “권최고위원에게 사과하라”고 요구해 험악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91년에도 이해찬의원 발언 이후 평민당사에는 수백명의 당원들이 찾아와 ‘해당(害黨)행위에 대해 사과하라’는 플래카드를 내걸며 항의했다.

이해찬의원은 최근 사태와 관련해 “(정최고위원의) 문제제기 방식이 도가 지나쳤다”고 말해 세월의 흐름을 느끼게 했다.

<공종식기자>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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