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수뇌부 탄핵 17일 표결]정치권 움직임

  • 입력 2000년 11월 16일 18시 39분


16일 국회 대정부질문은 평온하게 진행됐다. 하지만 여야 수뇌부의 움직임은 급박했다. 검찰총장 및 대검차장 탄핵소추안 표결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표결조건과 시기에 대한 여야의 입장이 크게 달라 17일의 표결이 순탄하게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표결조건=민주당은 16일 총무접촉을 통해 현재 선거법 위반으로 검찰에 기소된 여야의원 26명(한나라당 15명, 민주당 10명, 자민련 1명)과 기타 비리사건으로 기소된 11명(한나라당 7명, 민주당 3명, 자민련 1명) 등 총 37명은 투표에 참여할 자격이 없다는 입장을 한나라당측에 전달했다.

민주당은 이같은 논리를 앞세워 ‘찬반토론→정회→의원총회’ 등를 계속하면서 표결을 최대한 지연시키고, 표결시한인 18일 의사일정 합의를 기피함으로써 탄핵안이 자동 무산되도록 한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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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한나라당은 민주당의 투표자격 제한 논리를 "표결을 무산시키기 위한 궤변" 이라고 맞받고 있다.

양당의 입장 차이로 인해 탄핵안처리 의사일정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만섭(李萬燮)의장은 16일 민주당 정균환(鄭均桓)총무로부터 "여야간에 의사일정이 합의되지 않으면 의사진행을 하지 말아달라"는 부탁을 받고 "합의가 안되더라도 국회법에 따라 의장이 의사일정의 순서를 바꾸거나 안건을 추가할 수 있다"며 직권으로 의사를 진행할 의사를 밝혔다.

이의장은 또 "탄핵소추안은 국회 본회의 보고 후 62시간 이내에 처리토록 돼 있다"며 어떤 경우에도 국회법에 따라 처리하겠다 고 말했다.

▽표결시기=민주당은 표결을 하더라도 17일 사회분야 대정부질문을 마친 뒤 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한나라당은 대정부질문 전 표결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탄핵안에 대해서는 의사일정 합의가 안돼 있는 만큼, 의사일정이 확정된 대정부질문부터 하는 것이 순리라는 게 민주당측 입장. 이는 최대한 지연전술을 구사하고, 최악의 경우엔 표결에 들어가기 전에 자민련 및 무소속 의원들과 함께 공동 퇴장함으로써 의결정족수 미달로 표결을 무산시키려는 전략을 염두에 둔 것.

반면 한나라당의 '대정부질문 전 표결 방침'은 민주당 의원들에 대한 심리적 압박카드라고 할 수 있다. 대정부질문 전 표결을 할 경우 민주당 의원들의 본회의장 불참명분을 약화시킬 수 있는데다, 민주당이 설사 표결에 불참하더라도 다시 대정부질문에는 참석하도록 해 '최악의 모양새'를 만들어주겠다는 전략인 것이다. 한나라당은 또 대정부질문이 끝날 때까지 기다릴 경우 소속의원들의 결속력이 약화될 가능성도 감안하고 있다.

한나라당 정창화(鄭昌和)총무는 16일 이만섭의장을 방문, "대정부질문에 앞서 탄핵안을 처리해달라"고 당부했으나 이의장은 "탄핵안은 추가안건이므로 대정부질문 후에 하는 게 맞다"고 거부의사를 밝혔다.

▽집안단속=민주당은 소속의원 119명에 대한 총동원령을 내려놓았다. 해외 출장중이던 추미애(秋美愛) 한명숙(韓明淑)의원도 16일 급거 귀국했다.

한나라당측도 박순용(朴舜用)검찰총장의 연고지인 대구·경북지역 의원들에 대한 표단속에 나서는 등 총력전을 펴고 있다. 한나라당은 소속의원들의 투쟁심 을 고취하기 위해 검찰 이래서는 안된다 는 유인물을 제작,배포하기도 했다.

<윤영찬기자>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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