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보-혁 시계' 어디로 가고 있나?

  • 입력 2000년 11월 15일 18시 51분


한나라당 김용갑(金容甲)의원의 ‘조선노동당 2중대’ 발언이 정치권은 물론 일반인 사이에서도 격렬한 찬반논쟁을 일으키면서 그동안 수면 아래에 잠복해 있던 우리 사회의 ‘이념 갈등’ 문제가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김의원 발언 이후 한나라당 홈페이지에는 ‘뉴스의 초점만 의식한 돌출행동이며, 자기 얼굴에 침 뱉는 국해(國害)의원이다’, ‘민의의 정곡을 찌른 발언을 듣고 3년 묵은 체증이 싹 내려갔다’는 등 네티즌들의 다양한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김의원 홈페이지는 15일 찬반 의견을 가진 네티즌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한때 접속이 중단되기도 했다. 김의원 사무실에도 1000통이 넘는 전화가 걸려왔다.

이런 ‘김용갑 현상’은 ‘한 야당의원의 국회 내 발언’에 대한 단순한 찬반논쟁으로 끝나지 않고, ‘2000년 대한민국의 이념적 좌표’ 설정문제가 겹치면서 대단히 혼란스럽고, 심지어 국론분열 양상까지 띠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자아낸다.

연세대 사회학과 유석춘(柳錫春)교수는 “최근 남북관계가 급진전되면서 상당수 국민이 이념적 혼란을 겪은 게 사실”이라며 “김의원의 발언으로 민감한 부분이 마침내 터진 것”이라고 풀이했다.

‘김용갑 현상’에는 현정부 출범 이후 편중인사 등으로 피해를 봤다고 느끼는 영남지역의 반DJ 정서가 겹치는 등 ‘지역변수’까지 작용했다는 게 유교수의 분석.

그는 “이런 식의 극단적 분열상황은 향후 남북관계를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정부는 반대의견을 가진 사람들과 며칠이고 토론을 해서라도 설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문희상(文喜相)의원은 “김의원이 변혁의 시기에 불안한 마음을 느끼고 있던 10%의 의견을 대변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표현방식이 ‘지나쳤다’는 게 문의원의 평가.

정치학자 출신인 한나라당 손학규(孫鶴圭)의원은 이번 사태를 남북관계의 급진전과 ‘주류이념의 이동’에 따른 현상으로 설명했다. 즉 진보적 성향의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반대의견을 가진 사람에 대한 충분한 설득작업 없이 대북정책을 진행하면서 과거 ‘주류세력’이었던 보수층이 상당한 불안감을 느끼고 있으며 이번 발언은 그 연장선에 있다는 것이다.

또 한나라당 김원웅(金元雄)의원은 “광복 이후 우리 사회가 극도의 혼란과 갈등을 겪었던 것은 ‘이념의 중간지대’가 없었기 때문”이라며 “양극단 대신 중간세력의 입지가 넓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 사회의 이념적 스펙트럼이 더 넓어져야 한다는 얘기였다.

<공종식기자>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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