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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11월 3일 18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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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과거에도 남북대화의 속도를 늦추기 위해 남측 관계자들의 언행을 문제삼은 적이 없지 않았기 때문이다.
북측의 진의(眞意) 파악에는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정부와 대한적십자사는 ‘악재(惡材)의 돌출’에 내심 당황하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향후 이산가족방문단 교환 일정에 다소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없지는 않지만 이산가족문제 해결은 남북 정상간의 약속인 만큼 큰 지장은 없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북측이 문제삼은 장총재의 인터뷰 내용(발언).
“텔레비전을 유심히 본 분들은 아셨겠지만 북한 이산가족 상봉단은 모두 같은 옷을 입고 나왔습니다. 전국 각지에 흩어진 사람들에게 옷감을 줘서 급히 해 입힌 겁니다. 남한에서 올라간 가족들은 양복에 티셔츠, 개량 한복 등 매일같이 옷을 갈아입었습니다만, 북측 가족들은 3박4일간 같은 양복만 계속 입고 있더군요. 옷으로도 가릴 수 없는 것이 얼굴입니다. 북한의 가족과 남한에서 올라온 부모형제들이 만났을 때, 고생을 많이 한 북한의 얼굴과 남한의 여유로운 얼굴이 대조되니 북한 관계자들이 얼마나 곤혹스러웠겠습니까.”
“순안비행장에서 우리 비행기 착륙을 허가할 때부터 북은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공항에 환영나온 평양시민, 그 비행기를 타고 남북을 오간 이산가족들은 그들의 초라한 고려민항기와 태극마크, 색동마크가 새겨진 우리 비행기의 웅장함을 비교할 수 있었을 겁니다. 어떤 형태로든 남북교류가 진행되면 밑지는 것은 북한이지 남한이 아닙니다. 우리는 북한을 사랑으로 봐줄 수 있는 아량이 필요합니다. 풍요로운 환경에서 자유스럽게 성장한 복된 삶을 가지고 우리보다 자유가 없고, 경제적으로 어렵고, 통제사회 속에서 숨막히게 살아온 사람들에 대한 넓은 아량 없이는 통일을 감당할 민족이 못된다고 생각합니다.”
<김영식기자>spe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