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브라이트 방북 이모저모]일정 北측 맘대로…美 어리둥절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이 방북 결산 기자회견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해 호평한 것은 북미 관계를 잘 유도하기 위해 외교적 '압력용' 이라는 분석이 지배적. 김위원장을 좋은 대화 상대자 라고 강조한 것은 북한의 양보를 촉구하기 위한 것이며 결단력은 언급한 것은 빨리 결단을 내리라 라고 촉구하는 뜻을 지녔다는 것이다.

올브라이트 장관은 또 전날 관람한 조선노동당 창건 55돐 경축 집단체조를 관람한 소감에 대해 질문이 쏟아지자 행사가 화려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내 안경은 장미빛 색깔로 칠해져 있지 않다 고 답변, 북한의 환대에 대해 객관적인 입장은 지키고 있음을 시사.

○…올브라이트 장관 일행은 23일에 이어 24일에도 북한측이 갑자기 일정을 바꾸는 바람에 갈피를 잡지 못했다. 북한측은 23일 올브라이트 장관이 금수산궁전을 방문한 직후 다른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오후 3시부터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과 회담을 갖자고 갑자기 제의.

미국측은 김위원장 면담을 희망했기 때문에 속수무책으로 이를 수용했으나 두 사람이 회담을 중단하고 잠시 쉬러 나왔던 오후 4시45분경 북측이 또 다시 집단체조를 관람하자고 ‘통보’하자 아연실색. 미국측은 24일에도 오전에 김정일―올브라이트 회담이 속개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가 북한측이 갑자기 김영남(金永南)상임위원장과 백남순(白南淳)외무상과의 면담 일정을 끼워 넣자 당황하는 모습.

○…북한 언론은 24일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의 평양 방문 사실을 대대적으로 보도. 조선 로동당 기관지인 로동신문은 김위원장과 올브라이트 장관의 회담을 1면 머릿기사로 올리고 두 사람의 집단체조 관람과 김위원장 주최 만찬 등 세 건의 기사로 1면 대부분을 장식. 3면에도 올브라이트 장관의 평양 도착과 조명록(趙明祿)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 예방 기사를 각각 사진과 함께 게재하고 금수산궁전 참배를 별도 보도하는 등 올브라이트 장관 방북 관련 기사를 6건이나 게재.

미국 취재진은 전체 6면에 불과한 신문에 이처럼 회담관련 기사가 많이 실린 데 대해 놀라는 모습.

<평양=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