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책]김홍재 "통일된 조국서 지휘하고 싶다"

  • 입력 2000년 10월 20일 18시 31분


□'김홍재, 나는 운명을 지휘한다' / 박성미 지음/ 김영사/ 220쪽 9900원

도화지에 ‘인공기’를 그리며 유년시절을 보냈다. 외가 친척들이 ‘귀국선’을 타면서 이별의 슬픔을 맛보았다. 북한 정부가 보내온 악기를 받아들고 음악의 매력을 알게 됐다.

막노동을 하면서 음대를 마쳤지만 ‘조선’국적으로는 유학도, 해외 콩쿠르 참가도 할 수 없었다. 79년 도쿄 국제 지휘콩쿠르에서 경쟁자를 압도하는 명연을 펼쳤지만 2위에 머물렀다. 특별상인 사이토상이 그에게 주어졌다. 수상 기념 순회연주에서 그는 ‘아리랑’ 등 ‘조선 관현악’을 주 연주곡목으로 골랐고 청중의 갈채를 받았다.

다큐멘터리 작가인 저자가 일본에서 가장 촉망받는 46세의 지휘자를 밀착취재했다하며 성장과정, 대작곡가 윤이상의 지도, 분단된 조국에 대한 그의 생각까지를 낱낱이 담아냈다. 김홍재. 그의 이름이 생소한가.

일본인 중 그의 연주를 들어보지 않은 사람은 없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TV 클래식 시리즈를 3년 동안 매주 지휘하면서 NHK교향악단을 제외한 일본의 모든 직업관현악단을 지휘했다. 애니메이션의 대가 미야자키 하야오의 영화 배경음악도 그의 손끝에서 나온다.

그는 13일 지휘봉을 들고 또 하나의 조국인 한국의 수도 서울을 찾았다. 10월 20일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기념 KBS교향악단 연주회에서 세계적 피아니스트 백건우 협연의 연주회를 지휘하기 위해서. “통일된 조국에서 음악회를 갖고 싶다”며 그는 눈시울을 붉혔다.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