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들이 숙소를 떠나 회의장이나 만찬장으로 이동하는 순서는 국가이름의 ABC순을 따르는 것이 오랜 국제관례. 의전팀도 이에 맞춰 준비를 해왔으나 최근 청와대측이 “정상들 이동에 따른 시민불편이 없도록 교통통제시간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라”는 지시를 하면서 ‘혼란’이 생긴 것.
의전팀은 이에 따라 행사장에서 먼 거리의 호텔에 묵고 있는 정상들부터 1분 간격으로 한꺼번에 출발시키는 대안을 생각하고 있다. 예를 들어 청와대 만찬의 경우 가장 멀리 있는 르네상스서울 호텔의 핀란드 스웨덴 베트남의 정상을 출발시키고 그 다음으로 먼 거리에 있는 호텔의 정상들을 이동시키면 교통 통제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것.
그러나 의전팀 내부에서도 “이같은 ‘호텔 패키지’ 출발방식은 이론적으로 20분 정도의 시간 단축효과가 있지만 실제 상황에서는 ABC순의 의전보다 더 비효율적일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돼 쉽게 결정을 못내리고 있다.
패키지 이동방식은 같은 숙소에 묵고 있는 정상들이 1분 간격으로 빈틈없이 출발하는 것이 전제돼야 하는데 각국 정상들에게 이를 ‘강제’하기가 어렵다는 것.
한 의전전문가는 “ABC순으로 하면 정해진 순서에 따라 개별적으로 출발하기 때문에 의전의 융통성을 발휘할 측면이 많지만 숙소별로 단체로 출발하면 한 정상만 문제가 생겨도 그 숙소팀의 이동이 늦어져 전체 일정이 헝클어진다”고 말했다.
이 전문가는 “국민에게는 불편을 끼치고 정상들에게는 외교적 결례를 범하는 최악의 상황이 올까봐 걱정이지만, 묘안을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부형권기자>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