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EM정상회의]의전팀 정상 이동순서 고민

  • 입력 2000년 10월 15일 18시 57분


제3차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에서 각국 정상들의 이동순서를 놓고 ASEM 의전팀이 고민에 빠졌다.

정상들이 숙소를 떠나 회의장이나 만찬장으로 이동하는 순서는 국가이름의 ABC순을 따르는 것이 오랜 국제관례. 의전팀도 이에 맞춰 준비를 해왔으나 최근 청와대측이 “정상들 이동에 따른 시민불편이 없도록 교통통제시간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라”는 지시를 하면서 ‘혼란’이 생긴 것.

의전팀은 이에 따라 행사장에서 먼 거리의 호텔에 묵고 있는 정상들부터 1분 간격으로 한꺼번에 출발시키는 대안을 생각하고 있다. 예를 들어 청와대 만찬의 경우 가장 멀리 있는 르네상스서울 호텔의 핀란드 스웨덴 베트남의 정상을 출발시키고 그 다음으로 먼 거리에 있는 호텔의 정상들을 이동시키면 교통 통제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것.

그러나 의전팀 내부에서도 “이같은 ‘호텔 패키지’ 출발방식은 이론적으로 20분 정도의 시간 단축효과가 있지만 실제 상황에서는 ABC순의 의전보다 더 비효율적일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돼 쉽게 결정을 못내리고 있다.

패키지 이동방식은 같은 숙소에 묵고 있는 정상들이 1분 간격으로 빈틈없이 출발하는 것이 전제돼야 하는데 각국 정상들에게 이를 ‘강제’하기가 어렵다는 것.

한 의전전문가는 “ABC순으로 하면 정해진 순서에 따라 개별적으로 출발하기 때문에 의전의 융통성을 발휘할 측면이 많지만 숙소별로 단체로 출발하면 한 정상만 문제가 생겨도 그 숙소팀의 이동이 늦어져 전체 일정이 헝클어진다”고 말했다.

이 전문가는 “국민에게는 불편을 끼치고 정상들에게는 외교적 결례를 범하는 최악의 상황이 올까봐 걱정이지만, 묘안을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부형권기자>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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