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美 적대관계 종식"… 조명록, 클린턴에 김정일 친서 전달

  • 입력 2000년 10월 11일 01시 29분


미국과 북한은 6·25전쟁 이후 반세기에 걸친 적대관계를 종식하고 화해와 협력을 모색해 양국 관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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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의 전권(全權)특사로 미국을 방문 중인 조명록(趙明祿)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은 10일 북―미 관계 개선을 위한 구체적인 양측의 제안을 교환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논의를 계속하기로 합의했다고 웬디 셔먼 미 대북정책조정관이 밝혔다.

조 부위원장은 이날 오전9시40분(한국시간 오후10시40분) 백악관으로 클린턴 대통령을 예방, 김 국방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하고 1시간 동안 양국 현안을 구체적으로 논의했다.

두 사람은 이 자리에서 양측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의사를 교환했다고 셔먼 조정관은 전했다.

클린턴 대통령은 1시간 동안 계속된 회담에서 조 부위원장에게 최근 한반도에 화해 기류가 형성되고 있는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남북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북―미 관계도 이와 병행해 진전돼야 한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조 부위원장과 클린턴 대통령의 회동에서는 또 북한 미사일의 개발 생산 수출 중단문제와 94년 제네바 북―미 합의에 따라 동결된 핵관련 시설의 투명성 유지, 6·25전쟁 중 전사한 미군의 유해송환 등 양국간 현안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또 94년 양국이 합의한 뒤 북한측의 미온적인 태도 때문에 진전이 없었던 상호 연락사무소를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워싱턴과 평양에 설치, 관계 정상화를 추진해나가는 방안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부위원장은 북한 관리로는 최초로 백악관을 방문했다.

그는 이에 앞서 이날 오전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과 만나 미국의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북한을 제외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 등 주요 현안을 논의했다.

조 부위원장은 11일 오전 다시 올브라이트 장관을 만나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하기 위한 관건인 북한에 살고 있는 일본 항공기 요도호 납치범들의 처리 문제를 중점적으로 협의할 예정이다.

그는 워싱턴 도착 성명을 통해 “양국의 뿌리깊고 해묵은 불신을 척결하고 양국 관계를 진전시켜 새로운 단계로 진전시키는 면에서 획기적인 변화를 이룩할 수 있도록 미국 지도부와 솔직한 대화를 갖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 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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