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부 자금 정치권 유입]예산심의 어떻게 하나

  • 입력 2000년 10월 5일 18시 35분


96년 15대 총선 전 국가정보원의 전신인 안기부 자금의 신한국당 유입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국정원 예산에 대한 의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국정원 예산에 대한 국회 심의를 어떻게 하기에 예산 총액조차 알려지지 않는지, 또 엉뚱하게 선거자금으로 전용될 수 있는 것인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국회 정보위 소속 의원들은 “국정원 예산은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을 원안 그대로 의결하는 게 관행”이라고 말한다. 예산 심의 때 국정원 예산에 대한 설명을 정부측으로부터 듣기는 하지만 다른 부처와 달리 구체적으로 따지기보다 돈이 어디에 얼마나 쓰이는지 정도만 묻고 심의를 마친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국정원의 예산 중 외부에 공개되는 국정원 자체 예산은 수년 동안 정부 원안이 그대로 통과됐다. 98년에만 정부가 2449억원을 요구했으나 정권교체 후 새로 여당이 된 국민회의와 자민련이 추경예산 심의 과정에서 2098억원으로 삭감한 게 유일한 조정 사례다.

국정원 예산을 제대로 심의하려고 해도 제도 자체가 이를 어렵게 한다는 게 정보위 소속 의원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국정원 예산 자체가 2급 비밀에 해당돼 이를 외부에서 언급할 수 없고, 이에 대한 심의는 정보위 회의장 안에서만 가능하다. 또 정부측에서 배포한 심의 자료도 심의 후 모두 회수, 추후 검토할 시간적 여유도 없는 실정이다.

뿐만 아니라 국정원 예산은 정보위 의결 후 예결위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본회의로 넘어가도록 국회법에 규정돼 있어 심의할 기회가 제한되어 있다.

15대 국회 때 정보위 소속이었던 한 전직의원은 5일 “국정원 예산이 포함된 정부 예비비와 국정원 관련 부처 예산에 대해 항목별로 브리핑을 받지만 예산 규모의 적정성에 대한 심사는 엄두도 못낸다”고 말했다.

결산 작업도 겉핥기 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재경부가 넘겨준 결산자료를 감사원이 기존 자료와 대조해 수치만 맞춰보고, 국회 역시 이를 그대로 추인하는 것으로 결산 작업이 마무리되는 게 현실이다.

<송인수기자>i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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