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남 서울방문땐 南 파트너는 누구?

  • 입력 2000년 9월 16일 18시 57분


올해 안으로 서울을 방문할 예정인 북한의 김영남(金永南)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남측 카운터파트는 누구일까.

정부관계자들은 “솔직히 딱 맞는 ‘상대’가 없어서 고민”이라고 말했다. 이는 국제적으로도 비슷한 사례를 찾기 어려울 만큼 독특한 북한의 권력구조 때문. 북한은 김일성(金日成)주석 사망 후 ‘주석제’를 폐지하면서 형식적 ‘국가원수(head of state)’는 김영남위원장이고 ‘실질적 정상’은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이 맡는 기형적 체제를 유지해 오고 있다.

이런 체제는 대통령이 상징적 국가원수를, 총리가 실권을 가진 행정수반을 맡는 의원내각제와도 근본적으로 다른 것. 따라서 국가원수이자 실질적 정상인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김영남위원장의 카운터파트가 될 수 없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정부는 김대통령과 김정일위원장의 만남에만 ‘정상회담’이란 용어를 쓰고 있다. 한 정부관계자는 “‘국가 대 국가’가 아닌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김영남위원장의 상대로 국무총리도 생각해볼 수 있지만 ‘격’을 중시하는 북측이 이를 받아들일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의전 전문가들은 “김대통령이 간단한 회담과 오찬 정도를 함께 하는 ‘형식상 카운터파트’가 되고 국무총리나 통일부장관 등이 ‘실질적 상대’가 되는 어정쩡한 의전이 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은 “앞으로도 남북 주요 인사의 상호 방문이 활발해질 것이므로 불필요한 마찰을 막기 위해 우리 정부부터라도 국제의전관례를 참고해 나름대로의 원칙과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부형권기자>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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