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련 金대행 "민주당과 공조보다 대등한 협력 원해"

  • 입력 2000년 9월 5일 18시 55분


“여(與)니, 야(野)니 하는 용어를 쓰고 싶지 않다. 이제부터 ‘공조’라는 용어보다 ‘대등한 협력관계’로 규정하고 싶다.”

자민련 김종호(金宗鎬)총재직무대행은 5일 기자회견에서 민주당과의 관계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같이 답변했다. 김대행은 ‘대등한 협력관계’에 대해 “공동정권에 상응하는 지분과 예우를 받아야 하고 잘하는 것은 전폭 협조하지만 잘못하는 것은 시정시키는 관계”라고 정의한 뒤 “공동정권이라고 무조건 집권당에 따르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김대행의 이같은 발언은 자민련의 현 주소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으나 그 바탕에는 ‘제대로 대접받는 여당이 되고 싶은데…’ 하는 생각이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대행이 ‘상응하는 지분과 예우’를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4일 자민련 의원연찬회에서도 상당수 의원들이 “공조를 하려면 확실히 해서 각료추천권 등을 적극 활용해 당에 활기를 불어넣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었다.

그렇다고 자민련이 ‘여당 복귀’를 공식 선언해 한나라당을 자극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숙원인 국회 원내교섭단체 구성을 포기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김대행은 이번 정기국회 원내전략과 관련, “모든 사안을 국회법 개정안과 연계, 그때그때 시시비비를 엄격히 가려 대처하겠다”면서 한나라당과의 사안별 협조 가능성을 열어두기도 했다.

이날 김대행의 기자회견에 대해 당내에선 “도대체 무슨 얘긴지 더 헷갈린다”는 반응이 많았다. 한 재선의원은 “사실 지금 처지에선 어느 한쪽으로 과감하게 방향을 정하기 어렵다”며 “(김대행이) 오죽했으면 그런 군색한 답변을 내놓을 수밖에 없었겠느냐”고 말했다.

<이철희기자>klim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