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교향악단 첫 서울연주회…균형잡힌 화음 돋보여

  • 입력 2000년 8월 20일 23시 25분


머지않은 장래에 통일이 이루어진다면, 그에 앞서 남북간의 자유로운 공연 전시 등 문화교류행사가 일상사로 등장한다면 북한 최고의 교향악단인 ‘조선국립교향악단’은 남북한 문화계를 통틀어 어떤 위치를 점유하게 될까.

이들이 연주하는 민요선율에 의한 관현악곡과 협주곡 등은 어떤 대접을 받게 될까.

20일 KBS홀에서 열린 조선국립교향악단 첫 연주회를 본 기자의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물음이었다. 그리고 잠정적으로 내린 결론은 ‘전망이 매우 밝다’는 것이었다.

조선국립교향악단은 온후(溫厚)하고 풍요한 현악부를 중심으로 음향의 균형이 잘 잡혀 있었으며, 1969년 ‘책임지휘자’로 취임한 이래 30년 이상 이 악단을 지휘해 온 김병화는 절제된 동작에 따라 자신이 의도한 음향을 효과적으로 이끌어내고 있었다.

민요선율에 의한 창작 관현악곡과 성악곡 협주곡 등은 사회주의체제의 예술분야에서 우선적으로 강조되는 ‘통속성’에 기초, 일반 대중의 손쉬운 이해를 중시한다. 첫 곡으로 연주된 ‘아리랑’에서 끝 곡으로 연주된 ‘청산벌에 풍년이 왔네’까지, 이날 연주된 창작곡은 유연한 현악과 다채로운 목관의 효과를 중심으로 아름답게 편곡되어 있었다.

서구 낭만주의시대에 발전한 관현악 작법에서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적절한 조바꿈과 화음진행이 ‘지나치게 도식적이다’라는 느낌을 막아주었다.

남쪽의 고전음악 애호가들에게도 낯익은 로시니 ‘세빌랴의 이발사’ 서곡과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4번’ 마지막 악장은 어느 정도 이 악단의 객관적 실력을 검증할 수 있는 부분. 풍요한 현악과 전체 음향의 균형이라는 이 악단의 장점은 두 곡의 서구 레퍼토리에서도 확인됐다. 60년대 소련 악단들처럼 뜨겁고 ‘공격적인’ 금관연주를 기대해 보기도 했지만, 이 악단의 금관은 전체 악단의 균형을 해치지 않는 볼륨으로 안정된 화음을 뒷받침했다.

남쪽 악단과 비교하면 어떨까. 비교가 중요하지는 않을 터이다. 일반적으로 사회주의 체제의 악단들은 비교적 소수에 한정된 레퍼토리를 여러차례 반복연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객관적 비교가 어려운 점도 있다. 그러나 남쪽의 대표적 악단들도 90년대 이후 비로소 일본 악단들에 근접한 앙상블을 보유하게 되었다는 평가와 비교하면, 60년대에 이미 오늘날과 같은 앙상블을 선보였다는 이 악단의 합주력은 평양의 ‘긍지’가 되기에 충분한 것으로 보였다.

‘동백꽃’ 등 두 곡을 부른 소프라노 이향숙은 서늘한 볼륨으로 인상적인 노래를 들려주었다. 풍부한 성량을 가진 베이스 허광수가 부른 로시니 ‘돈 바질리오의 아리아’도 흠을 찾기 어려운 노래였다. 노래의 가사가 남북간 오해를 풀고 진솔한 대화를 이어나가자는 메시지로 들렸다면 기자의 ‘엉뚱한’ 해석일까.

“험담이란 미풍처럼 시작되나, 옮겨가면서 거세져 나중에는 대포나 천둥처럼 울리는 법….”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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