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5상봉]가족걱정 때문일까…남도 북도 "장군님"

  • 입력 2000년 8월 17일 19시 13분


반세기만에 만나 3일만에 다시 기약없이 헤어져야 하는 이산가족들에게 17일의 개별상봉은 엄연한 ‘분단의 벽’을 실감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17일 오전 평양 고려호텔에서 진행된 개별상봉에서 남과 북의 일부 이산가족들은 다소 어색한 정치적 발언들을 쏟아냈다. 가족들의 안위를 배려하는 마음에서였을까, 아니면 상봉후 다시 돌아가야 할 자신의 생활을 의식해서였을까.

남측 방문단 이몽섭씨(75)의 북녘 딸 도순씨(55)는 내내 ‘장군님’을 거론했다.

도순씨는 “아버지가 어디서 사는지 걱정 많이 했다. 우리는 장군님의 크나큰 사랑으로 살아왔다. 아버지가 장군님 품으로 돌아왔으면 좋겠다 아버지가 잘못을 했다해도 지나간 과오를 묻지 않겠다”고 말했다.그녀는 “조국의 통일을 위해서 힘있는 자는 힘으로, 돈 있는 자는 돈으로, 학식있는 자는 학식으로 기여를 해야 한다”며 이른바 ‘민족대단결 10대 강령’의 지침들을 되뇌기도 했다. ”고 말했다.

아무 말없이 듣기만 하던 몽섭씨는 딸이 안쓰러운 듯 “장군님 감사합니다”고 말했다.

도순씨는 준비해온 술과 담배 등 선물을 내놓으면서 다시 “소원이라면 조국통일 하는 것”이라고 하자 몽섭씨는 “이제 그만하자”고 말을 막았다.

남측 방문단의 이선행씨(81)는 북한 중앙TV 취재진이 방에 들어오자 북에 사는 두 아들 진일(56·황해북도 사리원시) 진성씨(51·함경북도 청진시)를 의식한 듯 “아버지 없이 자식을 이렇게 훌륭하게 키워준 것은 주석님(김일성·金日成)이다. 주석님 만세를 부르고 싶은 심정이다. 김정일(金正日)위원장은 지금 지도자이지만 너희들을 키운 것은 주석님이다”면서 “나는 나대로 남에서 조국에 충성하고, 너는 너대로 북에서 조국에 충성해라”고 말하기도 했다.

<문철기자>fullmoo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