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상봉]北방문 김희조씨, 동생 사망으로 '헛걸음'

  • 입력 2000년 8월 17일 18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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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간다고 주위사람들 모두가 부러워했는데…. 이제 부산에 내려가 무슨 낯으로 가족 친지들을 대할꼬.”

평북 영변이 고향인 김희조씨(73·여)는 유일한 가족생존자로 통보받았던 동생 기조씨(67)를 끝내 만나지 못했다. 16일 평양에서 처음으로 만난 생면부지의 사촌 김창규씨(67)로부터 “2년전에 기조가 죽었다”는 날벼락 같은 소식을 듣고 가슴이 무너져내렸다.

김씨는 창규씨가 조카들(기조씨 자녀들)의 얼굴과 이름조차 모르고 있다는 사실에 더욱 망연자실했다. “일점 혈육 없이 50년간 너무도 외롭게 살아와 내 자식들이 나보다 더 뛸 듯이 좋아했는데…”라며 몇 번이나 호텔방에 엎드려 엉엉 울었다. 동생의 사망소식을 들은 이후엔 밤잠도 설치고 식사도 제대로 못하고 있다.

김씨는 “‘그래도 (고향에) 오지못한 사람들보다는 낫다’고 스스로를 위로해보지만 고향엔 이제 단 한명의 가족도 살아있지 않다는 사실에 허탈한 마음을 가눌 길이 없다”며 “애당초 죽었다고 했으면 이렇게 서럽지도 않았을 것을…”이라고 울부짖었다.

한의사인 아버지 김항식씨(사망)의 7남매 중 셋째로 태어난 김씨는 47년 시집식구들을 따라 서울로 이사오는 바람에 친정식구들과 헤어지게 됐다.

<평양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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