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 상봉 D-4]잠자리 음식 '내집' 온듯 편안히…

  • 입력 2000년 8월 10일 18시 55분


▼北손님맞이 분주한 손길▼

얼마나 기다려온 만남인가. 부푼 가슴으로 남녘 땅을 밟는 이들에게 동포의 사랑을 한아름 안겨보내겠다는 게 손님을 맞는 이들의 한결같은 바람이다.

북측 이산가족방문단이 묵을 숙소인 워커힐호텔(서울 광진구 광장동)과 남쪽 가족과의 첫 만남 장소인 코엑스(서울 강남구 삼성동), 남쪽의 가족들이 묵을 올림픽파크텔(서울 송파구 방이동) 등은 상봉일을 나흘 앞둔 10일 손님맞이를 위한 준비작업을 거의 마쳤다.

▽워커힐호텔〓지난달 19일 카지노와 면세점 근무 직원을 제외한 1400명으로 7개의 태스크포스팀을 구성, 완벽한 서비스 제공을 위해 매일 회의와 리허설을 갖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호텔측은 현재 4개 층 250개 객실을 북측 방문단과 내외신기자, 정부 관계자들을 위해 비워둔 상태. 북측 방문단은 2개 층을 사용하며 하루 숙박에 31만2000원인 8평 규모의 객실에 1, 2명씩 투숙할 예정이다. 객실비 등 북측 방문단이 묵는 데 소요되는 3억5000만원의 비용은 정부가 모두 부담한다.

16일 남북한 이산가족들의 개별 상봉이 이뤄지는 ‘선플라워룸’은 85년에도 남북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졌던 장소. 이 곳은 한강이 한눈에 보이는 287평의 대형 연회장으로 다양한 무늬의 푸른색 카펫을 깔아놓았다. 호텔측은 10인용 탁자 45개를 배치할 예정.

호텔 안팎에는 ‘환영 남북이산가족 상봉’이란 대형 플래카드가 12일 내걸릴 예정. 북측 방문단은 2, 3개 국내 신문을 받아볼 수 있고 모든 국내 방송도 시청할 수 있다.

카지노를 제외한 호텔 어느 곳이든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지만 호텔 외부 출입은 통제된다. 호텔측은 상봉의 충격으로 혼절하는 사람이 생길 것에 대비해 서울 중앙병원의 앰뷸런스 3, 4대를 대기시킬 예정. 극적인 해후 소식과 장면을 국내외에 전할 프레스센터는 컨벤션센터 1층 무궁화그랜드볼룸(335평)에 마련된다.

▽올림픽파크텔과 코엑스〓14일부터 18일까지 남쪽의 상봉 가족들이 묵을 올림픽파크텔은 241개 객실이 5층부터 17층까지 213개 객실이 예약된 상태. 층별로 같은 지방 출신을 배정했다.

15일 1차 집단상봉이 이뤄지는 코엑스 컨벤션센터 컨벤션홀은 1100평 규모로 한 테이블에 팔걸이가 없는 의자 8개씩으로 모두 200개 테이블이 설치된다. 각 테이블에 번호표가 부착되고 상봉 가족들에게도 번호표를 부여해 해당 가족을 쉽게 찾게 할 예정.

▽하얏트호텔〓17일 마지막 만찬장소로 결정된 서울 용산구 한남동 하얏트호텔은 전복구이를 주메뉴로 한 한식을 내놓을 예정. 100명 가량의 종업원들에게는 테이블에 음식이 떨어지면 무조건 채워놓을 것과 화장실 가는 노인들을 안전하게 안내하도록 교육하고 있다. 만찬공연을 위한 무대는 최대한 소박하게 꾸며 편안한 식사분위기를 연출할 계획이다.

▽롯데월드〓16일 민속박물관 관람과 오찬이 예정된 서울 송파구 방이동 롯데월드는 대체로 차분한 분위기. 일반 관람객도 입실을 허용해 자연스럽게 박수치며 환영하는 분위기를 유도할 계획이다. 전속 마칭밴드는 환영곡으로 ‘고향의 봄’ 등 가곡과 민요를 준비하고 있다.

<이훈·김준석기자>dreamland@donga.com

▼'北전문호텔'된 워커힐▼

서울 광진구 아차산 자락에 자리잡은 워커힐호텔은 북녘 동포를 위한 ‘전문 초대소’라 불릴 만하다.

28년 전 열린 남북적십자 2차 회담부터 시작해 85년 남북이산가족상봉 등 굵직한 행사 때마다 북한측 인사들의 숙박장소 등으로 이용됐기 때문이다.

워커힐호텔이 북측 인사 전문숙소로 이용되고 있는 것은 아차산과 한강에 인접해 있어 자연경관이 수려한데다 자칫 경직되기 쉬운 북측 인사들의 마음을 풀어주기 때문이라고 호텔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또 도심과 떨어져 있어 경호나 의전 등이 수월하다는 측면도 한몫을 하고 있다.

북측 인사 전문숙소가 됐지만 아직도 손님을 맞을 때마다 5차례 이상 리허설을 거치는 등 긴장을 늦추지 않는다. 85년 이산가족방문 때는 TV를 보던 실향민들이 ‘동네친구를 보여달라’며 호텔 앞에 찾아와 곤욕을 치른 적도 있다.

이 곳에 묵는 북측 인사들은 거의 특이한 행동을 보이지 않는 게 호텔 관계자들의 얘기. 호텔방에 들어가면 조용히 취침만 할 뿐 룸서비스나 미니바 사용 등은 거의 없다는 것.

이 호텔 고재윤(高在允·45)인사부장은 “북측 인사는 통일을 열망하는 순수한 눈빛이 가장 인상적”이라며 “서울 체류 마지막날이 되면 북한사람들은 예외 없이 눈물을 흘린다”고 말했다.

<조인직최호원기자>cij1999@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