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55돌 특집]해방둥이 55명의 감회/"이젠 통일로"

  • 입력 2000년 8월 9일 18시 27분


《올해로 일제(日帝) 36년의 압제에서 해방된 지 쉰다섯 해. 하지만 아직도 국토는 두동강난 채로 있어 ‘진정한 광복’의 기쁨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해방되던 해에 태어나 55년간 질곡(桎梏)의 현대사를 살아온 해방둥이들은 어떤 심정으로 이번 광복절을 맞을까. 각계의 해방둥이 55명을 찾아 그들이 느끼는 소회(所懷)를 들어본다(가나다 순).》

▽강만수(전 재경부 차관)〓당장의 통일에 매달릴 것이 아니다. 통일 성사에 앞서 정부는 남북의 경제적 격차를, 민간차원에선 정서적 격차를 줄이는 노력이 절실하다.

▽강정일(한국농촌경제연구원 원장)〓이산가족 상봉의 뜻깊은 광복절을 맞아 남북 농업교류가 더욱 활성화되고 남과 북의 농촌이 함께 발전하길 간절히 바란다.

▽강치관(헌법재판소 기획조정실장)〓정치적 통일에 앞서 먼저 남북 동포의 정신적 이질감을 줄여야 한다. 그래야 통일 후 민족간 갈등 없이 진정한 평화를 맞을 수 있다.

▽강홍빈(서울시 부시장)〓기구한 세대로 자랐지만 새 밀레니엄을 맞는 행운도 누렸다. 아무쪼록 이 시대의 여러 가지 혼란상이 ‘좋은 전환’으로 이어졌으면 한다.

▽고완석(한국증권거래소 이사)〓IMF와 구조조정을 겪는 과정에서 명예퇴직한 해방둥이들이 많다. 숨가쁘게 달려왔는데 어느덧 물러나는 세대가 되었나 보다.

▽고재천(교사)〓해방둥이들은 너무도 격변기를 살아온 것 같다. 군에 간 아들 면회가서 ‘하루빨리 통일세상이 됐으면…’하고 바랐다.

▽금선란(한국동물보호협회장)〓동물 사랑을 통해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알게 됐다. 약한 동물이라도 짓밟지 말고 우리처럼 자유롭게 살 권리를 인정해 줘야 한다.

▽김경남(축산기술연구소장)〓이북 태생으로서 북한 주민을 위해 농축산 관련 전문지식을 발휘하고 싶다. 북한의 산골짜기에서 소떼를 기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김규섭(대전지검장)〓법질서 확립이란 측면에서 상당한 진전이 있었지만 아직도 기초질서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선진국이 되기 위한 의식전환이 필요하다.

▽김대성(경성대 총장)〓 교육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 올바른 교육정책을 만들기 위해 정부와 교육계, 국민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한다.

▽김상돈(한국과학기술원 화학공학과 교수)〓일천한 역사에 비해 과학기술 분야의 발전이 두드러졌다. 하지만 투자에 비해 기대치가 턱 없이 높은 것 같다.

▽김석륜(제주 김석륜건축소장)〓동족상잔의 비극이 그대로 남아 있는 제주에도 요즘 화해분위기가 물씬 느껴진다. 광복 55주년을 맞아 희망으로 부풀어 있다.

▽김순권(경북대 농학과 교수)〓분단 50년만에 정상회담이 이뤄져 통일의 물꼬가 트인 게 퍽 다행이라 생각한다. 주체적인 통일을 위해 각자가 노력해야 할 때다.

▽김승의(외무부 문화외교국장)〓독일의 통일을 지켜보면서 우리는 그동안 뭘 했는가를 많이 생각했다. 올해 광복절이 새로운 미래를 여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김언호(출판인·한길사사장)〓남북의 첫 만남은 정치적으로 시작됐지만 본격적인 만남은 인간과 문화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 그래야 진정 50년의 벽을 허물 수 있다.

▽김을동(탤런트·정당인)〓광복절을 맞아 가장 시급한 것은 흐트러진 민족정기를 바로 세우는 것이다. 이는 남북 간 이질감 해소에도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김춘강(대한어머니회장)〓 특별한 소회는 없다. 50대 중반을 넘었기에 이젠 여생을 바칠 뭔가 뜻 있고 의미 있는 일이 없을까 생각 중이다.

▽남상우(서울지방공무원 교육원장)〓일제 치하긴 했지만 하나된 조국을 경험한 적이 있어 통일에 대한 염원이 남다르다. 진짜 남북이 하나되는 시대가 열려야 한다.

▽노정선(연세대 교양학과 교수)〓통일이 무엇보다 우선이다. 3월 북한에 가보고 북한의 어려운 사정을 직접 알게 됐다. 북한 돕기에 적극 나서야 한다.

▽문광남(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전무위원)〓올해 남북대화가 이뤄져 감개무량하다. 하지만 선진국에 진입하기엔 아직도 질서의식과 원칙이 부족한 것 같다.

▽박영복(문화재청 문화유산국장)〓우리 문화유산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북한 문화재에 대해 남북한 공동 조사와 연구가 하루빨리 이뤄지길 고대한다.

▽박제천(문학아카데미 대표)〓남북으로 나뉘어 한 민족의 언어가 이질화되고 있어 안타깝다. 같은 단어의 의미조차 달라지고 있는 언어의 통일이 시급하다.

▽서유석(가수·방송인)〓광복은 통일로 매듭지어져야 한다. 그러면 사람과 자동차로 몸살 앓는 서울도 숨통이 트이고 남북이 보다 인간적인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송보경(서울여대교수)〓해방둥이는 식민의 경험은 없지만 분단과 전쟁을 겪은 뒤 개발경제의 주역이었다. 우리 세대가 죽기 전에 통일을 본다면 더 큰 영광이 없겠다.

▽양만기(수출입은행장)〓지난 55년 동안 모두가 신명을 바쳐 유례없는 발전을 이뤘다. 이제 지도자들이 흩어진 에너지를 다시 모아 새 역사를 만들어 나갈 때다.

▽연하청(명지대 북한학과 교수)〓55년간 부국(富國)은 어느 정도 이뤘으나 안민(安民)은 아직 미흡하다. 삶의 질을 높이고 소득분배를 개선하도록 힘써야 한다.

▽오남영(육사교장)〓분단 반세기가 지났는데도 조국 통일을 이루지 못한 게 아쉽다. 남북화해의 기류를 잘 살려 우리 세대 때 통일을 이뤘으면 한다.

▽위문헌(예비군 동대장)〓이산가족상봉을 신청했다가 선정되지 못해 아쉬웠다. 상봉이 일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도록 정부가 적극 노력해야 한다.

▽윤성균(관세청 김포세관장)〓해방 후 눈부신 경제발전에 작은 힘이나마 보탠데 자부심을 느낀다. 하지만 경제발전에 비해 국민의식이 많이 뒤떨어져 안타깝다.

▽유환춘(울산지방경찰청 차장)〓일제시대 군림했던 ‘순사’에서 지금은 시민의 봉사자로 경찰 이미지가 바뀌고 있어 기쁘다. 더욱 시민 곁으로 다가가는 경찰이 돼야겠다.

▽이동욱(공정거래위원회 소비자보호국장)〓과거엔 산업육성을 위해 공급자중심이 불가피했지만 지식정보사회에선 소비자가 중심이다. 정부의 역할변화가 중요하다.

▽이상안(경찰대 행정학 교수)〓해방 후 55년이 흘렀지만 아직 사회 각 부문에 일제 잔재가 많이 남아 있다. 경찰분야에선 인권탄압시비가 말끔히 일소돼야 한다.

▽이수길(한빛은행 부행장)〓금융권에 33년간 몸담았으나 IMF 이후 2년간의 변화가 과거 31년보다 5, 6배는 많았다. 새로 태어나 살아가는 심정이다.

▽이수영(교통개발연구원장)〓우리 세대에 선진국에 다다를 정도로 경제를 성장시켰다는 데 자부심을 느낀다. 빨리 통일이 돼 남북이 고루 잘 살길 희망한다.

▽이유남(주부)〓 해방둥이지만 어렵게 사느라 솔직히 해방의 의미를 제대로 모른 채 살아왔다. 자라나는 세대들은 해방의 진정한 의미를 알았으면 좋겠다.

▽이정순(김자경오페라단장)〓8·15가 될 때마다 피흘린 선인들을 생각하며 나 역시 다가오는 세대를 위해 뭔가 의미있는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이춘호(한국여성유권자연맹회장)〓19세기는 자유, 20세기는 해방, 21세기는 조화의 세기다. 새로운 세상을 여는 중심축인 남녀의 조화를 위해 열심히 뛸 생각이다.

▽이평우(고려대 의대 교수)〓해방에 대한 감회가 부모들 만큼 절실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나라가 발전하는 모습을 생생히 목격했다는 것이 자랑스럽다.

▽장기표(신문명정책연구원장)〓아직도 참된 자주와 통일이 아뤄지지 않아 아쉽지만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민족화합과 통일에 대한 전망을 갖게 돼 기쁘다.

▽전희천(오리콤 사장)〓진정한 해방은 정신적 문화적 해방이어야 하는데 그동안 우리 것이 너무 소홀히 취급됐다. 앞으로 민족의 정체성을 찾는 작업이 필요하다.

▽정성기(포항공대 총장)〓그동안 우리 민족이 해놓은 일도 많지만 아쉬운 것도 많다. 아직 우리에게 남은 비이성적 비논리적 사고틀을 바꾼다면 더 큰 발전을 이룰 것이다.

▽정양자(정양자무용단장)〓해방 당시 일본에서 태어난 사람으로서 감회가 새롭다. 동기 동창들이 일이 잘 풀린다고 하니 올해는 해방둥이의 해가 될 것 같다.

▽정현(민예극단 단원)〓55주년 광복절에 이산가족상봉을 이끌어 낼 수 있었던 건 남과 북이 하나이기 때문이다. 남북의 피상적인 이질감도 곧 떨쳐낼 수 있을 게다.

▽조경환(탤런트)〓이산가족상봉이 남과 북 100명씩으로 한정돼 안타깝다. 이같은 상봉이 일회성 행사로 그쳐서는 안된다. 그러면 상처만 더욱 깊어질 것이다.

▽조영남(가수·화가)〓싸우고 화해하는 게 인간사인데 남북이 영원히 갈라져 있을 거라곤 생각지 않는다. 나는 이 자리에서 계속 노래하고 그림 그리면 될 것이다.

▽조운조(이화여대 한국음악과 교수)〓요즘 우리 전통음악을 경제논리에 의한 경쟁체제로 보려는 경향이 있다. 전통은 그 존재만으로도 대단히 중요하다.

▽차동득(서울시 교통관리실장)〓어렵고 힘든 시기를 슬기롭게 보내 물질적인 풍요는 누리고 있다. 하지만 국민의 정신적 성숙도는 아직 부족한 것 같아 아쉽다.

▽최기선(인천시장)〓절대적 빈곤에서 벗어나고 민주화가 이룩됐다는 점에서 지난 55년은 영광스러운 반세기였다. 이를 바탕으로 21세기엔 일류국가가 되길 기대한다.

▽최병보(통일교육원장)〓광복55주년 되는 해에 남북정상회담이 열려 화해와 협력의 역사를 만들어 나가게 된 것이 자랑스럽다.

▽한상진(한국정신문화연구원장)〓분단을 극복하고 남북이 민족적 정체성을 공유할 때 진정한 의미의 해방이 이뤄진다고 본다. 문화적인 기반을 구축해야 할 시점이다.

▽함영희(세무사)〓 나라가 새로 태어날 때 함께 태어났다는 것이 새삼 기쁘다. 그동안 많은 발전을 이뤘지만 아직도 튼튼한 기초 위에 서 있지 못하다는 게 안타깝다.

▽홍사선(기상청 예보국장)〓돌이켜보면 가난에 대한 기억뿐이다. 오직 후손들이 잘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피땀 흘려 뛰어 왔다. 뿌듯함과 아쉬움이 교차한다.

▽홍종민(서울도시철도공사 사장)〓서울이 현대적 풍모를 갖춘 도시로 발전하는데 기여했다는데 보람을 느낀다. 친근감을 갖는 대중교통 환경을 만들도록 노력하겠다.

▽황문건(부산동래병원장)〓 해방된 지 벌써 55년이라니 감회가 새롭다. 여러 가지 좋지 못한 일도 많았지만 그동안 조국이 발전했다는 데 큰 자부심을 느낀다.

▽황수관(정당인)〓진정한 광복은 남북한 국민이 하나될 때 가능할 것이다. ‘신바람 나는’ 통일한국을 위해선 양 국민 간의 보이지 않은 장막을 걷어내야 한다.

<정리〓허문명·전창·김승련·이헌진기자>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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