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대통령 개각사례와 문제점]취약한 '인재 풀' 이번엔?

  • 입력 2000년 8월 4일 18시 32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현정부 출범 이후 2년반 동안 지난해 ‘5·24’개각과 올 ‘1·13’개각 등 대규모 개각만 두 차례 단행했다.

중간중간에 있었던 소폭 인사까지 계산하면 꽤 잦은 인사였다. 김대통령이 야당 시절 김영삼(金泳三)정권의 인사를 비판하면서 “빈번한 개각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한 전례에 비춰볼 때 스스로 원칙을 깬 셈이다. 정부 출범 이후 교체되지 않은 장관은 김성훈(金成勳)농림부장관이 유일하다. ‘수명’이 1년을 넘기지 못한 장관들도 많다.

경위야 어떻든 이런 인사 스타일은 필연적으로 내각의 책임성과 공직사회의 안정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이번 개각을 앞두고도 오래 전부터 공직사회가 일손을 접었다는 얘기가 나왔다.

이는 어느 정권에서든 개각을 국정운영이라는 본연의 필요성이 아니라 ‘국면 전환’ 등 정치적인 이유를 위해 활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는 지적들이다. 대통령책임제의 발원지인 미국에서는 ‘개각’이라는 용어 자체가 없고 필요할 때마다 경질인사를 한다.

더욱 심각한 문제점은 ‘나 홀로 인사’의 후유증이다. 현정권에 치명상을 입힌 ‘김태정(金泰政) 파문’이 대표적인 예다. ‘5·24’개각에서 당시 김태정 검찰총장을 법무장관으로 임명한 것은 ‘옷로비 의혹사건’과 맞물리면서 김대통령의 최대 ‘패착(敗着)’으로 귀결됐다.

김장관 기용은 ‘강직한 법조인의 발탁’이라는 김대통령의 의미 부여에도 불구하고 국민 대다수는 97년 대선 때 이른바 ‘DJ 비자금’ 수사유보에 대한 ‘보은(報恩)인사’가 아니냐는 인식을 가졌던 것이 사실이다. 김대통령은 특히 ‘옷사건’이 터진 후에도 김장관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해 화를 자초한 셈이 됐다.

손숙(孫淑)환경부장관이나 이강래(李康來)정무수석의 기용도 검증절차를 거치지 않았거나 여론의 반대를 무릅쓴 결과 손해를 본 케이스. 야당 시절부터 ‘준비된 대통령’을 위해 이론적 학문적 조언을 해 온 ‘자문교수단’ 출신들을 발탁했던 것도 득보다 실이 많았다. 김태동(金泰東)경제수석과 최장집(崔章集)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장은 개혁적이고 진보적 성향을 현실과 접목하는 데 실패해 김대통령에게 작지 않은 부담을 안겨줬다.

여기에다 현정권만의 특징이자 한계인 ‘DJP 공조’에서 비롯된 인사의 폐단도 많았다. 자민련과의 각료배분은 함량미달의 장관들을 불가피하게 임명하는 우를 범하도록 했다. 자민련측에서 추천한 각료들 중 경제팀과 일부를 제외하고는 평균점 이하를 받은 장관들이 많다.

이번 개각에서도 자민련의 지분을 인정한다는 것이 김대통령의 구상이지만 여권 내부에서는 적당한 인재를 찾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소수정권’의 태생적 여건 때문에 빚어진 ‘인재풀’의 취약성도 김대통령을 괴롭혀왔다. 김대통령이 이런 문제점들을 이번에는 어떻게 해소할지 주목된다.

<최영묵기자>ymook@donga.com

김대중 정부 조각과 개각

직위98. 3. 3 99. 5. 242000. 1. 14현 내각
총리김종필김종필박태준이한동(2개월)
재정경제이규성강봉균이헌재이헌재(6개월)
통일강인덕임동원박재규박재규(7개월)
외교통상박정수홍순영이정빈이정빈(6개월)
법무박상천김태정김정길김정길(1년 1개월)
국방천용택조성태조성태조성태(1년 2개월)
행정자치김정길김기재최인기최인기(6개월)
교육이해찬김덕중문용림문용린(6개월)
과학기술강창희서정욱서정욱서정욱(1년 4개월)
문화관광신낙균박지원박지원박지원(1년 2개월)
농림김성훈김성훈김성훈김성훈(2년 5개월)
산업자원박태영정덕구김영호김영호(6개월)
정보통신배순훈남궁석남궁석안병엽(5개월)
보건복지주양자차흥봉차흥봉차흥봉(1년 2개월)
환경최재욱손 숙김명자김명자(1년 1개월)
노동이기호이상룡이상룡최선정(5개월)
건설교통이정무이건춘김윤기김윤기 (6개월)
해양수산김성길정상천이항규이항규(6개월)
기획예산처진 념진 념진 념진 념(1년 2개월)
국무조정실장최재욱안병우(1개월)
금감위장이헌재이헌재이용근이용근(6개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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